불타는 거리, 치솟는 국채금리⋯프랑스발 재정위기에 촉각

입력 2026-10-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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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5만 명 시위ㆍ2400명 체포
佛 10년물 금리 4.93%로 치솟아
국채ㆍ주식ㆍ유로화 ‘트리플 약세’
폭동ㆍ약탈에 재정개혁 기대 후퇴
정부 야간 통금령⋯비상사태 선포도 배제 안해
이탈리아 등 고부채국으로 위기 전염 경고등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17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마르세유(프랑스)/AFP연합뉴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17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마르세유(프랑스)/AFP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을 휩쓴 대규모 소요 사태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가뜩이나 막대한 국가부채와 정치 불안에 시달리는 프랑스에서 재정개혁마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ㆍ주식ㆍ유로화가 일제히 하락했다. 더 나아가 프랑스발 재정 불안이 이탈리아 등 고부채 유로존 국가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고등학생 시위가 지난 주말 정치적 마비 상태와 고물가,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폭동 사태로 격화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7일 시위에는 55만 명이 참가했으며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1000명가량이 부상을 입었다. 또 명품매장을 포함해 최소 3000곳의 상점과 사업장이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유통업연맹은 이로 인한 피해액이 수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이날 파리ㆍ리옹ㆍ니스 등 주요 도시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등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파리 일부 지역에 야간 통금이 시행됐다. 정부는 향후 비상사태 선포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소요 사태는 프랑스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전장보다 14bp(1bp=0.01%포인트(p)) 급등한 연 4.93%를 기록,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하며 정부의 신규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와 비교해 147bp까지 높아졌다. 이 금리 격차는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이다.

주식시장도 압박을 받아 프랑스 CAC40지수는 1.11% 하락 마감했다. 프랑스의 상황은 유로화에도 부담을 줬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대비 각각 0.2~0.3% 하락했다.

프랑스의 금융시장 불안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9%에 달하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정치 불안이 있다. 투자자들은 프랑스가 재정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이번 시위는 예산안 처리가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은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SMBC의 행크 칼렌티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주말 시위 이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재정적자 감축과 연금 개혁에 대한 기대가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재정 개혁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그 여파가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프랑스 국채 투매가 다른 국가로 번지면 국채 금리가 동반 급등하면서 이들 국가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국가로 이탈리아가 지목됐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11bp 상승한 4.58%를 기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프랑스의 채권시장 혼란이 다른 고부채 유로존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을 모델링한 결과 이탈리아가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저성장, 고부채, 그리고 긴축 금융 환경에 민감한 투자여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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