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터보다 먼저 날아간 '밈' [해시태그]

입력 2026-10-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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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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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거 들고 왔어

공중에 머문 시간은 단 몇 초였지만, ‘밈’은 내려올 생각이 없는데요. 테슬라가 공개한 신형 로드스터의 공중회전 장면은 교통경찰과 자동차보험, 출근길 정체를 소재로 한 밈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요구를 실제 차량으로 구현해야 했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걱정하는 반응도 함께 말이죠.


▲테슬라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서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의 생중계 영상을 갈무리한 캡처본 (AFP/연합뉴스)
▲테슬라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서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의 생중계 영상을 갈무리한 캡처본 (AFP/연합뉴스)


테슬라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X 시험시설에서 신형 로드스터를 공개했습니다. 흰색 로드스터는 흡착 시스템을 이용해 경사로를 올라가 거꾸로 매달린 뒤 공중으로 떨어졌는데요. 이때 차체에 장착된 추진기가 작동하면서 차량의 자세를 돌리고 착륙 속도를 줄였죠.

또 다른 시연에서는 로드스터가 사이버캡과 사이버트럭, 세미, 모델 Y, 모델 3 위를 뛰어넘으며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했는데요.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링 책임자 라스 모라비는 이를 스케이트보드 기술에 빗대 ‘킥플립’이라고 불렀죠. 안전을 위해 운전자 없이 원격으로 진행됐습니다.

테슬라가 공개한 로드스터의 제원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0.81초, 최고속도 시속 230마일(약 370㎞), 1회 충전 주행거리 300마일(약 483㎞) 이상입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체에는 노면 흡착 시스템과 스페이스X 기술을 활용한 추진기가 적용됐죠.

다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플라잉카와는 차이가 있는데요. 날개나 회전날개로 장시간 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장된 압축공기를 순간적으로 분사해 차체를 띄우고 자세를 제어하죠. 자동차가 날았다기보다 강하게 뛰어올라 공중에서 방향을 바꿨다는 설명이 더 정확합니다.

로드스터가 착륙하자 네티즌은 더 빨리 움직였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정리한 온라인 반응을 보면 공개 몇 분 만에 공중회전 장면을 변형한 이미지와 영상이 쏟아졌는데요.


▲테슬라 로이스터 밈 (출처=레딧, X,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테슬라 로이스터 밈 (출처=레딧, X,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I는 이렇게 쓰는 걸까요? 로드스터가 불러온 상상력은 네티즌의 손을 거치며 더 격해졌는데요. 교통경찰이 면허증을 요구하자 차가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추월차로를 막은 앞차도 공중으로 훌쩍 넘어갑니다. ‘자동차 공중회전 금지’ 표지판이 등장하는가 하면, 추진기 고장으로 고속도로 안내판에 꽂힌 로드스터까지 만들어졌는데요.

일상적인 불편도 밈이 됐습니다. 교차로를 뛰어넘은 순간 10달러짜리 커피가 차 안에 쏟아지고,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사고 위험을 계산해야 하는 보험사가 절망하죠. 톨게이트를 날아서 통과하는 합성 영상, 출근길 정체를 뛰어넘거나 도심에서 조작 버튼을 잘못 눌러 발사되는 영상 등이 퍼졌고요. ‘백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 대신 로드스터를 넣거나 ‘탑건’과 ‘GTA’ 장면에 차량을 등장시킨 패러디도 이어졌습니다. “플라잉카가 GTA 6보다 먼저 나왔다”는 익숙한 농담도 다시 소환됐죠.

밈은 로드스터의 실용성을 조롱하면서도 실생활에 빠르게 대입했는데요. 테슬라가 제시한 성능표보다 “이 차가 실제 도로에 나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라는 상상이 더 속도가 붙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테슬라 판매점에 회사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테슬라 판매점에 회사 로고 (AP/연합뉴스)


머스크의 지시를 그대로 재현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도 위로 가득한 박수가 쏟아졌는데요. 현장에서 시연을 지켜본 테슬라 투자자 소여 메릿도 16일 엑스(X)에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찬사를 보내며 자신이 본 것 가운데 가장 비현실적인 제품 시연이었다고 평가했죠.

개발 목표만 나열하면 자동차 설계서보다 액션 영화의 콘티에 가깝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1초 안에 시속 97㎞까지 가속하고, 공중에 떠올라 회전한 뒤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는데요. 거꾸로 된 노면에서도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한 장비를 넣으면서 스포츠카의 형태까지 유지해야 했습니다.

미국 기술매체 와이어드가 16일 전한 모라비의 설명에 따르면 차체 바닥에는 각각 20㎾의 출력을 내는 팬 4개와 내려오는 스커트가 설치됐습니다. 차체 아래의 공기를 빼내 노면에 달라붙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테슬라는 이를 ‘서커 시스템’이라고 부르죠.

추진기에는 최대 1만psi로 압축한 질소를 사용합니다. 좌석 뒤에는 200ℓ 규모의 압력용기가 들어가며 완전한 비행 시스템에는 조수석 공간을 차지하는 400ℓ 용기가 추가되고요. 총 600ℓ의 압축가스와 차체 곳곳의 추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로켓 모델은 1인승이 되죠. 현재 압축가스를 다시 채우는 데 6~7시간이 걸리며 테슬라는 이를 30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무인 자율주행차 ‘사이버캡’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의 무인 자율주행차 ‘사이버캡’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시연이 감탄으로만 채워진 건 아닌데요. 투자사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는 15일 엑스에서 로드스터를 전통 자동차 회사를 당황하게 한 기술력 과시로 평가하면서도 상업적 가치는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머스크 역시 로드스터가 테슬라 실적을 크게 움직일 사업은 아니라는 입장이죠.

안전성과 규제도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완전한 비행 시스템을 갖춘 로켓 모델은 초청받은 고객에게만 판매될 예정이며 일반도로 운행 승인을 받지 않았는데요. 퍼포먼스 모델의 예약 가격은 총 5만달러(약 6600만원), 추진기가 추가된 스러스트 모델은 25만달러(약 3억3200만원)지만 차량의 최종 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죠. 생산 개시 목표는 2028년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9년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19년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정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죠. 테슬라는 2017년 2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공개하며 2020년 인도를 예고했습니다. 당시 약 1000㎞의 주행거리도 제시했지만, 차량은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요. 2028년 생산 계획 역시 실제 공장 가동과 인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죠.

신제품 공개를 하나의 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테슬라의 오랜 특기입니다. 2018년 2월 6일에는 스페이스X 팰컨헤비의 첫 시험비행에 머스크의 빨간색 로드스터를 실었는데요. 운전석에는 우주복 차림의 마네킹 ‘스타맨’이 앉았죠. 8년 전에는 자동차를 로켓에 태워 우주로 보냈다면, 이번에는 로켓 기술을 자동차에 옮겨 땅에서 띄웠습니다.

2019년 11월 21일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에서는 강화유리의 내구성을 보여주려 던진 쇠구슬이 유리창을 깨뜨렸는데요. 예정에 없던 실패였지만 깨진 유리창은 사이버트럭을 상징하는 밈이 됐죠. 2021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봇 복장을 한 사람이 무대에서 춤을 췄는데요. 2024년 10월 10일 ‘위, 로봇’ 행사에서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과 로보밴, 춤추고 음료를 나르는 옵티머스를 함께 선보였죠.

테슬라는 서프보드와 빨간색 ‘S3XY 쇼트 쇼츠’, 번개 모양 병에 담은 테킬라, 사이버트럭 형태의 호루라기도 판매했는데요. 온라인 농담을 실제 상품으로 만들고, 상품을 다시 밈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입니다.

화제성 다음에는 숫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21일 미국 증시 마감 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요. 경영진 질의응답은 한국시간 22일 오전 6시 30분 시작되죠.

테슬라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차량 생산량은 46만4391대, 인도량은 48만6532대입니다. 테슬라가 취합한 시장 예상 인도량 46만1974대를 웃돌았죠. 에너지저장장치 배치량은 13.7GWh로 시장 예상치 15.9GWh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테슬라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공개하고 있다. 테슬라가 차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선보인 지 약 9년 만이다. 테슬라 제공 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공개하고 있다. 테슬라가 차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선보인 지 약 9년 만이다. 테슬라 제공 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로드스터 공개 다음 날 테슬라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한때 5% 상승했지만, 정규장에서는 약 2% 하락했는데요. 시연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어도 투자자들은 자동차 부문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사이버캡과 옵티머스의 사업화 일정을 확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로이터통신이 16일 인용한 조시 길버트 이토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도 실적의 이익률과 현금흐름이 로드스터 공개보다 투자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죠.

로드스터가 실제 도로에 등장하려면 적어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교통경찰과 보험사, 출근길 운전자를 태운 온라인의 로드스터는 이미 수없이 날아올랐죠. 이제 테슬라가 보여줘야 할 것은 몇 초짜리 비행이 아니라, 2028년 양산 약속을 현실에 착륙시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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