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빨대' 질문에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몇 시간 뒤 민주당이 사과

입력 2026-10-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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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방관 노고 헤아리지 못해"…추 지사는 위로·위험물 단속 약속

소방관 2명이 중태에 빠진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질문을 도중에 끊고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라고 했다. 몇 시간 뒤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사과했다. 발언 사흘 만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을 찾은 가운데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 소속 대원이 벽을 마주한 채 서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을 찾은 가운데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 소속 대원이 벽을 마주한 채 서 있다. (연합뉴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20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특히 취재진이 '소방 빨대' 발언으로 소방노조가 반발하고 있다며 입장을 묻자 추 지사는 질문을 끊으며 이같이 답했다.

소방관들에게는 "소방관들 두 분이 빠르게 치료를 받고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경기도도 신경을 쓰겠다"며 "뭐라고 참 위로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빠르게 대처를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했다.

사과는 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용우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재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상처받은 소방공무원과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더라도, 위험한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노고와 자부심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표현은 사과하되 재정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어받았다. 민주당은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인건비를 비롯한 소방예산은 여전히 지방재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국비 비중도 전환 이후 한때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졌다"고 짚었다.

소방관 안전 지원과 인력·장비 확충, 근무환경·처우개선 예산을 확보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사과는 김민석 대표와 추 지사가 검찰개혁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온 가운데 나왔다.

추 지사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했고, 김 대표는 "비판도 자기가 할 일을 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위치와 역할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동료 구하려 다시 불길로"…선착대 2명 5m 거리서 구조

불은 이날 오전 8시38분께 4층짜리 건물 3층의 금속사출인쇄·도장공장에서 났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낮 12시 브리핑에서 “3층 시너세척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방대는 8시43분 현장에 도착했고, 소방당국은 8시57분 대응 1단계, 9시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10시22분 큰 불길을 잡았고 11시6분 불을 완전히 껐다. 소방관 102명과 장비 51대가 투입됐다.

가장 먼저 도착한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 대원들이 발화 지점인 3층으로 들어갔다. 진화 도중 불길이 급격히 번지고 연기가 차면서 2인 1조로 움직이던 40대 소방관 2명이 고립됐다. 두 대원은 약 5m 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구조됐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개인 장구는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호흡을 되찾았고, 다른 1명도 중상을 입었다. 소방관 3명은 열탈진으로,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마친 소방대원들이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 장비를 내려놓은 채 침통한 분위기로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마친 소방대원들이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 장비를 내려놓은 채 침통한 분위기로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지사는 현장 방문 뒤 페이스북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현장 작업자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소방관들이 유독가스 흡입과 급격한 화재 확산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피를 돕던 소방관마저 끝까지 나오지 못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적었다.

공장 안에는 제4류 위험물인 제2석유류가 담긴 20L짜리 통 약 100개, 약 2000L가 보관돼 있었다.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었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시너와 페인트 등 다량의 무허가 위험물로 인해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방당국은 보관량이 법적 허가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건물은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대상이었지만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면적 기준에 못 미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진화가 끝난 현장에서는 검게 그을린 방화복 차림의 한 부천소방서 대원이 "살아있는 거죠?"라며 동료의 생사를 물은 뒤 끝내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이 동료 소방관의 중상 소식에 건물 벽을 짚고 고개를 숙이자 다른 대원이 등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이 동료 소방관의 중상 소식에 건물 벽을 짚고 고개를 숙이자 다른 대원이 등을 감싸고 있다. (연합뉴스)

△ 위로·단속은 약속…’빨대'엔 답하지 않아

추 지사는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와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가던 길에 화재 소식을 듣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경기도가 배포한 현장 발언에 따르면 추 지사는 "매우 큰 충격이고 안타깝다"며 "신속하게 출동을 해서 큰 피해는 막았지만, 중태에 빠진 두 분의 소방관들께 그 용기와 헌신에 대해서 감사드리고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위험물 관리 강화도 지시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는 소방본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사전 예방교육과 예방활동을 통해 위험물질을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물질을 다루는 업소를 사전에 단속하도록 즉각 조치하겠다"며 "도지사로서 가지고 있는 행정권한을 충분히 발휘해서 예방활동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에서도 위로를 이어갔다. 추 지사는 "소방관 두 분이 크게 다치셨고, 그중 한 분은 중태에 빠져 있어 매우 안타깝고 마음이 중하다"며 "소방관께서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다만 현장 발언과 경기도 보도자료, 페이스북 글 어디에도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사과는 담기지 않았다.

△ 사과 요구 사흘째…도의회 여야 16일 논평엔 '빨대' 없어

사과 요구는 사흘째 이어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7만 소방관 앞에 즉각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고, 한국노총 소속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15일 성명을 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5일 "자신은 고급 관사에 살며 소방관은 재정 빨대로 낙인찍는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고, 같은 날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변인단도 “7만 소방관 앞에 즉각 사죄하라”는 성명을 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6일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화재 당일 경기도의회 여야 논평에는 '빨대'가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자영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공장 안에 2t가량의 위험 인화물질이 있었고, 개인장구를 모두 착용한 소방관들이 스프링클러조차 없는 건물에서 다쳤다며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김선희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부상자 쾌유를 빌고 위험물 취급 사업장 밀착 점검과 진압장비·안전수칙 점검을 촉구했다. 두 논평 모두 추 지사의 발언은 언급하지 않았다.

발언의 여파는 경찰 사건으로도 번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5일 오전 "광역자치단체장의 관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119에 허위 신고한 60대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국정감사 발언에 화가 나 신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발언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소방 예산의 국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며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가량"이라고 답했다. 경기도는 15일 국가직 전환 뒤에도 관련 재정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국고 지원 비율은 줄어드는 현실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과 위험물의 허가 대상 여부, 선착대 2명이 고립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로부터 시간대별 조치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맨 오른쪽은 조용익 부천시장.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6일 부천시 오정구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로부터 시간대별 조치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맨 오른쪽은 조용익 부천시장.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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