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ICSB, 대한민국 국회에서 ‘인간의 번영’ 새로운 경제지표 제시

입력 2026-10-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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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이투데이 사람중심경험연구소장

▲김기찬 소장
▲김기찬 소장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International Council for Small Business)는 2026년 10월 15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민총번영지수(GDH·Gross Domestic Humanity)를 선보였다.

이 새로운 지표는 GDP(국내총생산)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경제 발전이 사람들의 번영을 돕고 있는가?”이다.

‘청년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 GDP를 넘어 GDH(국민총번영)’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백선희 국회의원과 ICSB,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이 공동 주최했다.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중국·인도네시아 대표단을 비롯한 해외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ICSB에게 이날은 연구가 공론의 장으로 한 걸음 나아간 날이었다. 학술 연구에서 개발된 지표가 한 나라의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발표된 것이다.

GDH는 무엇을 측정하는가

GDH는 ICSB 회장 겸 CEO인 아이만 엘 타라비시(Ayman ElTarabishy) 박사와 ICSB 의장인 김기찬 교수가 개발했다. GDH는 2026 ICSB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지수(HCE Index)를 토대로 한다. 이 지수는 43개 경제권을 기업가 활동과 인간 번영이라는 두 차원에서 평가한다.

이 지수는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와 갤럽 세계여론조사(Gallup World Poll)의 설문 자료를 활용한다. 기업가정신 차원은 혁신성, 위험 감수성, 진취성을 다룬다. 인간 번영 차원은 사람들의 삶이 번영(Thriving) 상태인지, 전일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지, 직장에서 몰입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GDH는 두 차원을 기하평균(geometric mean)으로 결합해 하나의 점수로 산출한다. 이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인간개발지수(HDI)를 산출할 때 쓰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 방식에서는 한 차원의 높은 성과가 다른 차원의 낮은 성과를 온전히 상쇄하지 못한다.

공개된 HCE 지수가 산술평균으로 두 기둥에 같은 가중치를 두는 반면, GDH는 기하평균을 사용해 기업가정신과 인간 번영 사이의 균형 잡힌 성과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엘 타라비시 박사는 “GDP는 한 나라가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는가를 묻는다. GDH는 한 나라가 국민의 번영을 얼마나 돕는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GDH는 GDP를 대체하지 않는다. GDP가 놓치는 부분을 더할 뿐이다.

사례 연구로서의 한국

한국은 기업가정신에서 80점으로 43개 경제권 가운데 2위, 위험 감수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인간 번영에서는 44점으로 26위에 머물렀다. 두 기둥 사이의 36점 격차는 조사 대상 경제권 가운데 가장 크다.

이러한 조합은 한국을 GDH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의 핵심 사례로 만든다. 한국은 기업가적 경제를 어떻게 일구는지 세계에 보여 주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강점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 특히 청년의 삶에서 더 폭넓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지수는 한 시점에서 경제권들을 비교한다. 함께 나타나는 패턴은 보여 주지만, 그 원인을 규명하지는 않는다.

청년에 초점을 맞춘 국가보고서

이날 ‘GDH 한국 국가보고서 2026’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더 많은 일자리에서 사람이 번영하는 일자리로: GDP를 넘어 GDH로(From More Jobs to Jobs Where People Flourish: Beyond GDP to GDH)’ 제목의 국가정책보고서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기업가적 성취를 발판 삼아, 의미 있는 일자리와 교육, 경제생활 참여를 통해 젊은 세대가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정책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뿐 아니라, 사람들이 그 일자리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GDP가 한 나라의 경제적 생산과 성장을 측정한다면, GDH는 경제성장에 인간 번영이라는 관점을 더한다. 기업가정신은 수단이고, 인간 번영은 목적이다.

엘 타라비시 박사와 김기찬 교수는 10년 넘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함께 연구해 왔다. GDH는 그 협력이 내디딘 가장 최근의 걸음이다.

연구에서 국회로

백선희 의원은 포럼 자료집에 실린 인사말에서 경제성장이 더 많은 사람의 잠재력 실현을 도와야 한다고 밝히며, 그 질문의 중심에 청년을 두었다. 백 의원은 청년의 고용·주거·사회안전망을 다루는 국회의원 연구모임을 만들 계획도 밝혔다. 이 모임은 청년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향후 정책과 입법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박능후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대표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성공을 짚었다. 아울러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와 감당할 수 있는 주거를 찾는 데 겪는 어려움도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세 가지 주제를 축으로 한 ‘대한민국 뉴딜(New Deal for Korea)’ 제안도 소개되었다. △희망(Hope): 믿고 기대할 만한 미래 △조화(Harmony): 함께 나아가는 사회 △인간 번영(Human Flourishing):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칠 기회 등이다. 이 뉴딜은 연구·정책 차원에서 제안된 틀이며, 정부가 채택한 정책은 아니다.

세대 연결

ICSB 펠로(Fellow)이자 전 주유엔 아르헨티나 대사(상임대표)로서 유엔 중소기업의 날(UN MSMEs Day) 제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 마르틴 가르시아 모리탄(Martín García Moritán) 대사는 GDH 의제의 하나로 ‘시니어·세대 간 사람중심 기업가정신(Senior and Intergenerational Human-Centered Entrepreneurship)’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의제를 세대 전반으로 넓히려는 것이다. 청년 기업가와 시니어 기업가가 어떻게 지식을 나누고, 기회를 만들고, 생애 전반에 걸쳐 인간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ICSB에 국제 연구와 협력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줄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ICSB는 정책 입안자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근거와 학술 협력을 통해 기업가정신 연구와 공공정책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되, 정책 결정은 그 권한을 가진 기관에 맡긴다.

ICSB는 이 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GDH를 기업가정신·고용·교육·웰빙에 관한 연구와 정책 논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논의는 오는 10월 19일 열리는 진주 국제기업가정신포럼(Jinju International Forum on Entrepreneurship)으로 이어진다.

GDH의 바탕이 되는 연구 틀은 엘 타라비시 박사가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지수에 관해 쓴 동료 심사(peer-reviewed) 논문에 제시돼 있으며, 이 논문은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Council for Small Business에 게재됐다. 전체 결과는 ICSB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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