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대출 6000억원…리파이낸싱으로 유지
홈플러스 회생·협력업체 피해에 자금 지원 적절성 논란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들이 최근 10년간 MBK파트너스(MBK) 관련 펀드와 인수금융 등에 2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회수 잔액은 9131억원이다. 홈플러스 회생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자금 지원을 두고 농협의 투자·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가 적절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 5곳이 2017년부터 2026년까지 MBK 관련 펀드와 인수금융 등에 약정한 금액은 2조6643억원이다. 재투자와 재인출을 포함한 누적 집행액은 2조65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농협과 MBK 관련 거래는 총 24건이었다. 기업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차환), 브릿지론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이 공급됐다. 자금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대출(ABL),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인수, 고려아연 공개매수 등에 활용됐다. 이 가운데 미회수 잔액은 약 9131억원이다.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협력업체 피해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진행됐고, 납품대금 정산 지연으로 농축산업계에서도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해 한국농축산엽합회 등은 대금 정산 지연에 따른 업계 피해를 지적하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농협 자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초래한 사모펀드에 대규모로 공급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농민과 조합원의 땀으로 일군 농협의 자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낳은 사모펀드에 수조원대로 공급되는 것은 농협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금융계열사 전반의 사모펀드 투자·대출 심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대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024년 9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1조7150억원의 브릿지론을 실행했다. 이후 장내 추가 매수 목적으로 5000억원을 재인출해 누적 집행액은 2조2150억원으로 늘었다.
브릿지론은 2025년 5월 전액 상환됐다. 다만 같은 날 6000억원 규모의 1차 리파이낸싱이 이뤄졌고, 2026년 4월에는 6000억원 규모의 2차 리파이낸싱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관련 자금이 차환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는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인수금융을 검토할 때 금융 수익성뿐 아니라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투자 여부를 더욱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동일 운용사와 관련한 거래가 여러 계열사에서 반복될 경우 개별 대출 심사와 별도로 거래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의 적정성뿐 아니라 운용사가 인수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는지, 경영 악화 과정에서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을 후속 거래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례는 인수 이후 경영 성과와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핵심 자산 매각 등이 이어졌고,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경영 악화는 노동자 고용과 협력업체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계 관계자는 “농협은 인수 이후 성과뿐 아니라 설립 취지와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할 제도와 거버넌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