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5일 퇴임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다”며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히면서 대통령을 끝까지 보좌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사퇴 결심의 결정적인 계기로 꼽았다.
강 전 실장은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의 표명 이후 자신을 향한 비판과 여론도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보았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며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거듭 든다”며 그동안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이들과 청와대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마음도 드러냈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다.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며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며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 감사했다”고 말했다.
후임인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신뢰도 나타냈다.
그는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강 전 실장은 “비서실장이 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모든 목소리와 비판해주신 모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조급했던 지난날도 돌아본다”고 했다.
이어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다”며 “언젠가 또 인사 올리겠다”고 퇴임 소회를 마무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강 전 실장에게 그간의 노고를 기리는 공로패를 전달하고, 후임인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