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과거 단순히 건물을 사고파는 시대를 넘어 자산의 가치를 직접 재창조하는 ‘밸류업(Value-Up)’과 회계·금융·세무를 결합한 통합 전략이 핵심 생존 방정식으로 떠올랐다. 본지는 상업용 부동산 핵심 플레이어들을 만나 대체투자 시장의 미래 방향성을 짚어본다.
개발 주체 시행사→운용사로 다변화…“좋은 땅만큼 충분한 자본이 중요”
호텔 펀더멘탈 개선 뚜렷…데이터센터, 전력·자금구조 등 종합 역량 단계 진입

권용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부대표 겸 부동산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사업자의 자본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본부장은 설계사와 컨설팅, 시공사, 시행사를 거쳐 2012년 딜로이트안진에 합류했다. 홈플러스 보유자산 15건의 매각자문을 비롯해 상봉터미널 재정비사업 사업자문, 태영건설 워크아웃 프로젝트파이낸싱(PF) 60개 사업장 실사자문, 성수동 오피스 선매각자문 등을 수행했다. 개발부터 금융구조와 매각까지 부동산 사업 전반을 경험한 전문가다.
권용원 본부장은 현재 부동산 개발시장의 침체를 금리 상승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비용과 개발원가가 증가하면서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거나 신용도가 높은 사업자의 신용공여가 필요해진다. 이에 따라 금리와 공사비가 함께 오르면서 사업별 옥석 가리기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비싼 가격에 토지를 확보한 사업장은 그동안 누적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선택지가 크게 줄었다. 서울 사업장은 자본 재구조화나 자금력을 갖춘 새로운 사업자의 참여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지방 사업장은 높아진 원가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성수동 오피스 사업의 재구조화나 청담동 일대에서 사업 주체·브랜딩을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임차 경쟁력이 떨어진 오피스를 호텔로 전환하거나 일부 물류센터 개발 사업을 데이터센터로 변경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개발시장 위축은 자문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딜로이트안진 부동산본부가 유동성 확대 시기에 연간 3~5건가량 성사시켰던 개발자산 매각자문은 최근 연간 2~3건 수준으로 줄었다. PF 역시 기존 사업장의 만기 연장 중심으로 움직일 뿐 신규 개발사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권 본부장은 “용도 전환이나 신·증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밸류애드(Value-add) 계획 없이 미래 전망만으로 임대료나 매각가격을 높이겠다는 전략은 당분간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별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오피스는 공급 확대와 임차시장 변화에도 핵심 권역의 최상위 입지와 신축 프라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같은 오피스 시장 안에서도 자산 경쟁력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류센터는 부실자산 정리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신규 투자가 활발해지기는 어렵다. 다만 대형 화주를 중심으로 물류 거점의 대형화·자동화와 라스트마일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대형 신축 물류센터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호텔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서울 호텔 시장의 펀더멘탈 개선 속도가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넘어설 정도라는 판단이다. 권 본부장은 “서울 호텔 시장은 단순히 관광객이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시장의 그레이드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금리 등 부정적인 요인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데이터센터 역시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과 인허가를 확보하는 능력, 운영사·임차인 등 핵심 파트너를 선점하는 역량,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구조가 사업별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개별 사업에서는 금리 영향을 이겨낼 수 있는 자금구조와 핵심 파트너 확보, 전력·인허가 등에 대한 사업 추진 능력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종국에는 수도권 중심에서 대규모 센터 개발이 가능한 지방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본부장은 “최근에는 시설이 복합화하고 개발부터 관리·운영, 처분까지 전 밸류체인에 대한 통합적인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 역시 투자구조와 회계·세무 이슈, 셰어딜 등 재무적 측면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