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비공개 신청·스마트워치 한계 등 보호 제도 허점 지적

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여성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살해된 경기 광주 사건을 두고 피해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편에게 전달된 이혼 소장에는 피해자의 주소가 적혀 있었고,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는 12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경위와 함께 피해자 주소 노출, 반복된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 긴급신고 장치의 한계 등을 짚었다.
사건은 9월 1일 오전 7시 15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했다. 우정직 공무원인 남편은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계단에 숨어 있다가 다섯 살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집을 나선 아내를 흉기로 공격했다. 범행 후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남편은 약 4시간 20분 뒤 수원의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은 남편을 보복살인과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이 사건을 다뤘다. 방송은 피해자가 이혼을 위해 모아둔 홈캠 영상 4000여 개와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음성파일 600여 개를 통해 가정 안에서 반복된 폭력과 위협을 공개했다.
그알 영상 속 남편은 몇백원, 몇천원의 지출을 문제 삼아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고 흉기로 위협했다. 피해자는 남편이 주는 월 75만원으로 아이를 돌보고 생활하면서 지출을 통제받았다. 방송은 피해자가 경찰의 도움으로 남편과 분리된 뒤에도 이혼 소장을 통해 거처가 노출된 과정을 짚었다.
손 변호사는 피해자가 2025년 3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네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남편의 공무원 신분에 불이익이 생기면 폭력이 더 심해지거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처벌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출동한 현장에서 남편이 경찰관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일도 있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가정폭력 혐의를 제외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반려됐다.
손 변호사는 흉기를 이용한 협박이 반복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순히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빼는 것이 맞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법원으로부터 남편의 100m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받았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착용하고 있었으며, 공격을 당할 때 이를 통해 신고했지만 목숨을 잃었다고 손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스마트워치가 가해자의 접근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장치는 아니라며 “여전히 수동으로 신고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에 대한 임시 조치로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하는 규정은 없다”라며 가해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주소가 노출된 문제도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2025년 시행된 개정 민사소송법에 따라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소명되면 소송관계인의 신청으로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게 신청을 해야 법원이 판단해 주는 것이다. 신청을 안 하면 직권으로 해 주는 규정은 없다”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피해자 주소를 법원만 확인하고 상대방에게는 비공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개인정보를 가리는 신청 절차를 의무적으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범행을 목격한 어린 딸의 회복과 생활을 지원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