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넘겨도 통제권은⋯금융권, 새 원칙 모색 [AI에 내 지갑 맡긴다 ②]

입력 2026-10-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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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국서도 첫 AI 에이전트 결제 사례
AI에 모든 결제 맡긴다는 소비자 응답률은 저조
은행권ㆍ카드사, 신뢰 쌓기 분주

▲비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로이터연합뉴스)
▲비자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로이터연합뉴스)
AI가 금융계좌 관리와 상품 비교를 넘어 실제 결제까지 대행하면서 이용자가 허용한 범위와 잘못된 거래의 책임을 어떻게 확인할지가 소비자 보호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결제 승인 범위와 오류 책임을 둘러싼 불안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이용자의 통제권을 보장할 원칙과 인증 체계 마련에 나섰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실제 대리 결제 사례가 등장했다. 3월 마스터카드는 한국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실제 인증 결제가 처음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첫 거래는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인 ‘호파’를 통한 실제 차량 예약과 결제였다. AI 에이전트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을 자동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예약한 뒤 요금을 결제한 것이다. 당시 마스터카드는 “신뢰할 수 있는 AI 기반 상거래를 구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아직 결제까지 AI에 맡기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비자가 지난달 발표한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 생성형 AI가 자신을 대신해 결제하는 것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23%에 그쳤다. 이 결과는 금융관리의 편리함과 돈을 직접 움직이는 권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뢰의 간극을 보여줬다.

미국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RFI글로벌 조사에선 모든 상황에서 AI의 완전한 자율 행동을 허용하겠다는 응답률이 21%였다. 응답자들은 고액 구매, 추가 옵션, 의심스러운 거래 등 상황에 따른 승인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같은 조사에서 AI 구매가 잘못됐을 때 책임 소재에 대해선 응답자 38%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소비자 본인과 은행 및 카드 발급사, AI 제공업체를 지목한 응답이 각각 약 5분의 1로 갈려 책임에 대한 인식도 뒤섞인 것으로 나타났다.

RFI글로벌은 “에이전트 기반 금융기관 상거래 활성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신뢰”라며 “AI 에이전트가 구매 여정의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은행은 결제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러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ING그룹, 냇웨스트 등 6개 미국 주요 금융사는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를 위한 원칙을 발표했다. 원칙에는 크게 △투명성 △안전 △개인정보 △선택권 △상호운용성 등이 포함됐다. BofA는 보도자료에서 “AI 에이전트는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비용을 내는 방식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원칙들은 고객과 판매자 모두가 결제와 수령 방식에 있어 선택권과 통제권, 유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전하고 확실하게 거래가 이뤄지도록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결제업계도 대응에 착수했다. 비자는 암호화 방식을 통해 판매자가 승인된 AI 에이전트와 악성 봇을 구별하는 인증 체계를 마련했고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등록 및 검증과 이용자의 구매 권한 통제, 분쟁 지원 등을 결제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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