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확충 일정 12년 앞당겨도 부족…“필요하면 양쪽 병행 건설”
전력·용수 늦어도 공사 먼저 추진 검토…“건설비 아낄 생각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남권 반도체 생산기지가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보다 더 큰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용인과 호남을 동시에 키우는 ‘투트랙’ 생산기지 전략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9일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인 광주군공항 일대를 처음 찾아 “현재까지 들어온 계획은 용인의 한 3분의 2 정도 사이즈”라면서도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계획만 놓고 보면 호남 생산기지는 용인의 보조 축에 가깝지만, 향후 수요와 부지 여건에 따라 규모가 역전될 가능성까지 열어둔 셈이다.
최 회장이 호남 생산기지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있다. 그는 “수요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속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용인 클러스터의 생산시설 확충 일정을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필요하다면 병행해서라도 지어야 할 사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이후 호남에 추가 공장을 짓는 순차적 투자 방식보다 두 지역의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 경우 생산능력 확보 속도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 회장은 착공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도록 하겠다”며 정확한 착공 시점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력과 용수 공급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전체 일정을 맞출 수 있다면 공장 건설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히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만 있으면 먼저 들어가겠다”며 “건설 비용을 아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직접 광주군공항 부지를 찾은 것도 호남 생산기지 구상이 단순 후보지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건설 여건 점검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 측 실무진은 앞서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전력과 용수, 부지 여건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날 방문 이유에 대해 “말 100마디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