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따라잡았지만⋯세계 경제 새 계급장 [AI 新계급사회]

입력 2026-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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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20주년 기획
AI 이용 늘어도 경제적 과실은 편중
세계 인구 17% 고소득국, 투자 비중 91%
세계은행 보고서 저자 본지 인터뷰
“韓, AI 도입ㆍ특허 역량 탄탄
반도체 강점 살려 응용ㆍ인재 키워야”

산업화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온 개발도상국 앞에 AI라는 새 장벽이 섰다. AI는 국경을 넘어 퍼지지만, 모델과 연산 인프라를 장악한 국가는 투자와 이익을 끌어모으고 기술을 가져다 쓰는 국가는 그 대가를 치른다. 기술을 활용해 자국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역량에서도 격차가 벌어진다. 산업화 시대의 추격 공식이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가 AI를 만드는 나라와 소비하는 나라로 갈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그 격차를 가르는 것은 AI의 도입 여부보다 활용 능력이다. 세계은행의 ‘디지털 진보와 동향 보고서 2025’ 주저자인 옌 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5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AI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는 국가는 단순한 도입을 넘어 자국의 필요에 맞게 AI를 조정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응용 서비스와 사업,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챗봇 이용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AI의 경제적 과실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연결성, 연산자원, 관련 데이터와 콘텐츠, 이를 활용할 인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국제기구들이 우려하는 것은 기술 격차가 성장 격차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에 대한 준비 수준과 활용 능력의 차이가 국가 간 경제적 성과와 인적 역량, 거버넌스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정책 대응이 없다면 무역과 기술 발전을 통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온 지난 반세기의 성과가 되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용률부터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생산가능인구의 생성형 AI 이용률은 글로벌 노스(선진국)가 24.7%,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개발도상국)가 14.1%로 각각 추정됐다. 격차는 상반기 9.8%포인트(p)에서 10.6%p로 확대됐다. 투자와 인프라는 더 편중돼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고소득국에 AI 벤처투자 자금의 91%가 집중됐다. 개도국에서는 전력ㆍ통신망과 연산자원, 현지 데이터, 인력 부족이 AI 활용을 가로막는다.

반세기 만에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에도 AI는 또 다른 도약의 시험대다. 출발선은 꽤 좋다. 기업의 AI 도입과 기술개발 역량이 높은 데다 반도체라는 강력한 기반도 갖추고 있다. 다만 강점과 더불어 해외 기술·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위치는 단순하지 않다.

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AI 생산자와 소비자를 단순히 나눌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업의 AI 도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선도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특허에서도 주요 국가로 꼽힌다”며 “이는 AI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국내 역량이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도 다른 AI 선진국처럼 기반모델과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등 AI 기술 체계의 일부 핵심 요소를 국제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반도체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특히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기존 강점을 토대로 국내 응용 서비스와 인재, 데이터, 혁신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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