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지수펀드(ETF)의 원활한 거래를 돕는 유동성공급자(LP)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호가 제출 의무를 길게는 하루 두 시간 넘게 지키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시장이 급변동하면서 LP의 촘촘한 호가 제출이 절실한 시점에 호가 제출 의무 이행률이 떨어져, 관리체계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형연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처음 상장된 지난 5월 27일부터 지난 8월 12일까지 이들 ETF 16종에서 신고스프레드 위반이 발생한 사례는 총 31건이다.
ETF 시장에서 LP로 선정된 증권사는 적정 가격 형성을 돕기 위해 매수·매도 호가가 많이 벌어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호가를 제시해야 한다. 메수·매도간 호가 차이(스프레드)가 미리 신고한 기준보다 벌어진 상태가 일정 시간 이어진 상황에서 필요한 호가를 내지 않으면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투자자가 불리한 가격에 체결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더 높은 가격에 사야 하고, 매도하려는 투자자는 더 낮은 가격에 팔아 매매 차익이 줄거나 손실이 확대된다.
신고 스프레드 위반이 발생한 31건의 하루 중 위반시간은 평균 17.32분으로 집계됐다. 호가 제출 의무 이행률이 95% 이하인 사례는 여섯 건이었다. 이 중 다섯 건이 시장이 급격하게 출렁인 8월 3∼5일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낮은 이행률을 기록한 사례는 지난 8월 3일 한화자산운용의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였다. 당시 이 상품의 매수·매도호가 제출의무 이행률은 67.53%에 그쳤다. 당시 위반시간은 121.77분에 달했다. 하루 약 두 시간 동안 호가 제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 레버리지 ETF는 다음 날에도 이행률이 74.47%, 위반시간은 95.75분이나 됐다.
하나자산운용의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같은 기간인 8월 3일과 4일 이행률이 각각 86.24%, 91.48%를 기록했다. 별도로 제출된 올해 1·2분기 LP 평가에서도 전반적인 성적 저하가 확인됐다.
거래소는 분기마다 LP를 종합 평가한다. 평가 대상 26개 증권사의 총점으로 평균을 계산한 결과 1분기 73.09점에서 2분기 68.93점으로 4.16점 낮아졌다. 총점이 하락한 증권사는 21곳이었다. 특히 40점 만점인 ‘의무이행’ 항목의 평균 점수는 37.31점에서 33.98점으로 3.33점 떨어졌다. 전체 평균 총점 하락분의 약 80%가 이 항목에서 발생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서 2분기 사이 부국증권을 제외한 총 25개사의 ‘의무이행’ 점수가 모두 하락했다. 평가등급도 내려갔다. B등급은 1분기 18곳에서 2분기 6곳으로 줄었고, C등급은 7곳에서 19곳으로 늘었다. 60점 미만인 F등급은 두 분기 모두 없었지만, 2분기 하나증권은 60점을 기록해 C등급에 턱걸이했다.
운용사들의 LP 점검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상품 운용사들은 관련 점검 여부를 묻는 질의에 괴리율을 관리하고 있으나 LP의 호가 제출 미이행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고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형연 의원은 “의무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LP 평가결과 ‘F’만 면하면 제재를 피하는 현재의 제도가 LP의 책임성 확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며 “가장 취약한 순간에 안전장치가 없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