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0건·보물 13건 등 100건 전시…한국 미술 2300년 조명
이재용 “예술·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삼성이 영국 런던에서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핵심 파트너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SML·머크·자이스(ZEISS)·아이멕(imec) 등 주요 협력사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영국박물관에서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2021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기원전 300년경부터 현대까지 약 2300년에 걸친 한국 문화와 예술을 조명한다.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이 포함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 등이 전시된다.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과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 미국 순회전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작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해외 순회전이다. K팝과 영화·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집중됐던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한국 전통문화와 미술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삼성은 기대했다.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이 참석했다. 갈라 디너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는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참석해 특별전 개막을 축하했다.
영국 정·관계와 재계, 문화계 인사 등 24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BT그룹과 보다폰, 세인즈버리,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 옥스퍼드대·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는 글로벌 주요 파트너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 카이 베크만 머크 CEO, 안드레아스 페허 ZEISS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imec CEO 등이 참석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머크와 ZEISS는 각각 반도체 소재와 광학 분야 핵심 기업이다. imec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삼성전자와 미래 반도체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회장이 문화행사를 매개로 주요 파트너들과 접점을 넓혔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 문화유산을 알리는 문화외교와 미래 사업 협력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가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이 회장은 갈라 디너 인사말에서 행사에 참석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7월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린 앤 공주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과 영국의 140여 년 인연을 강조했다.
삼성은 약 80년 전 영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약 50년 동안 영국을 유럽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왔다.
이 회장은 삼성가 3대에 걸쳐 이어진 문화유산 보존과 나눔의 철학도 소개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이어 평생에 걸쳐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 힘썼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해외 첫 순회전부터 관람 기록을 세웠다. 2025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약 8만 명이 방문했다. 최근 10년간 이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다.
올해 3~7월 시카고미술관에서 열린 두 번째 전시에는 약 11만5000명이 찾았다. 워싱턴D.C.보다 관람객이 40% 이상 늘었다. 미국 두 도시에서만 총 19만5000명이 이건희 컬렉션을 관람했다.
미국에서 확인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은 이번 런던 전시를 통해 유럽으로 확대된다. 세계적인 문화기관인 영국박물관에서 42년 만에 한국 미술을 대규모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이건희 컬렉션이 K-컬처의 외연을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