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하루 당기는 한국 증시…“시장 전체가 함께 바뀌어야” [코리아프리미엄위크 2026]

입력 2026-09-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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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세션2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정수천 기자 int1000@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세션2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정수천 기자 int1000@

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를 현행 T+2에서 T+1으로 하루 단축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와 예탁결제원뿐 아니라 증권사와 수탁은행, 외국인 투자자 등 시장 전체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주요 시장이 잇따라 T+1 결제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도 결제 속도 자체보다는 시장 참가자 전체의 준비 수준과 외환·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 인프라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세션2에서 티모시 커디히 미국예탁결졔원(DTCC)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T+1 전환의 핵심 원칙으로 ‘안전한 속도(Safe Speed)’를 제시했다.

티모시 CRO는 “T+1은 결제 위험을 낮추고 결제 기간에 묶여 있던 자원을 풀어줄 수 있지만 시장 전체에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조기 거래 확인, 예외 거래 관리, 국내외 참가자 간 협업을 요구한다”며 “T+1 전환은 결제 속도의 문제인 동시에 운영 규율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해외 투자자의 거래 과정에서 시차와 외환(FX), 수탁 등 여러 절차가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 여부는 국내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이 더 짧아진 시간 안에 거래를 확인하고 자금을 확보하며 외환 거래와 증권 결제를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목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와 표준화, 비상계획, 투명한 준비도 측정이 뒷받침되는 안전한 속도여야 한다”고 했다.

북미 시장의 T+1 전환 과정에서는 충분한 사전 테스트와 명확한 업계 지침, 시장 참가자의 준비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했고, 인도처럼 단계적으로 전환하면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결제주기가 병존하는 복잡성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역시 투자자 구성과 상품, 국경 간 자금 흐름을 고려한 독자적인 전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콩도 T+1 도입을 추진하면서 결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유태석 홍콩거래소 전무는 “지난 30년간 거래 기술은 자동매매와 알고리즘 거래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포스트트레이드와 결제는 여전히 상당 부분 레거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거래소는 기존 일괄처리 방식의 결제를 실시간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각각의 결제 지시에 고유 식별정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가 서비스 제공자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신의 결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ETF·상장지수상품(ETP), 증권대차, 공매도, 외환 결제 등 주변 생태계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 유 전무는 “거래를 결제할 수 있어도 돈을 받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결제가 아니다”며 외환·자금결제 인프라와 증권결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T+1 도입 자체보다 시장 전체의 준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본부장은 “T+1 결제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쟁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며 “북미와 남미에 이어 유럽 시장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 우리도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특히 글로벌 참가자들과 워킹그룹을 구성해 예상되는 장애물을 찾고 있다”며 “T+1은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제주기 단축에 따른 자본 활용 효율성 제고와 신용·거래상대방 위험 감소, 증거금 등 거래비용 절감과 함께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자동화와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한 포스트트레이드 업무의 효율성 향상”이라고 강조했다.

유태석 전무는 홍콩거래소가 중국과의 스톡커넥트를 통해 T+0 결제를 경험해왔다면서 결제주기 단축 과정에서 특히 매도 거래와 증권대차(SLB)를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도입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 참가자와 세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모시 CRO는 결제 속도가 빨라질 때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기보다 기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ETF 인프라가 전체 시장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외환도 마찬가지”라며 “T+1으로 이동하려면 전체 생태계가 함께 진화해야 한다. 시스템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와 중앙청산소(CCP)가 ETF와 외환 등 상대적으로 준비가 뒤처진 영역에 더욱 강력한 통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제주기 단축이 외국인 기관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이지만 T+1을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조금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어필할 수 있다”며 “거래시간 연장까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청산·결제 인프라도 이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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