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미래 탄소가격·상환능력까지 따져야”…한일 전문가 제언

입력 2026-09-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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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전환금융 모범규준 앞두고 협력방안 논의
日 민간 전환금융 누적 3.7조엔…기본지침·업종별 로드맵이 뒷받침
韓 전환금융 과제는 여신심사·인센티브…“미래 탄소가격 반영해야”

▲이토 유타카 일본 금융청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이토 유타카 일본 금융청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국내 전환금융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금융회사가 기업의 감축계획뿐 아니라 미래 탄소가격과 비용 절감 효과, 현금흐름과 상환능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주최로 열린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 2026’에서는 전환금융과 탄소시장, 디지털금융을 중심으로 양국 간 금융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 가운데 전환금융 분야에서는 기본지침과 업종별 로드맵으로 시장 기반을 다진 일본 사례와 함께 한국의 여신심사·인센티브 등 실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과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2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권 의견수렴을 거쳐 10월 말 전환금융 실무 모범규준을 확정하고 금융회사의 파일럿 상품 출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감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양국이 각국 전환금융 제도의 장점을 공유해 글로벌 전환금융 시장 성장과 표준 구축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토 유타카 일본 금융청장은 기조연설에서 일본이 고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전환금융 기본지침과 업종별 탈탄소 로드맵을 마련해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부터 10년간 민관 합계 150조 엔 규모의 녹색전환(GX)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전환금융 대출과 채권 발행이 늘면서 올해 7월 말 기준 일본 민간부문의 전환금융 누적 규모는 3조7000억 엔을 넘어섰다.

이토 청장은 지난해 신한은행이 일본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400억엔 규모의 전환채권을 발행한 사례도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조달 자금을 국내 고탄소 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친환경 전환 프로젝트 등에 활용 중이다. 이토 청장은 이를 두고 “탈탄소화를 뒷받침하는 자금순환이 국경을 넘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허규만 아시아개발은행(ADB) 박사는 금융회사가 전환금융 대출·투자를 심사할 때 현재 배출권 가격이 아닌 미래 탄소가격을 반영해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와 상환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규만 아시아개발은행(ADB) 박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 2026’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전환금융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허규만 아시아개발은행(ADB) 박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일 금융협력 콘퍼런스 2026’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전환금융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정부 가이드라인이 전환금융 지원 대상을 정해주더라도 실제 대출 여부는 금융회사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허 박사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문제는 투자를 했을 때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대출을 상환 받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 여부와 별개로 여신심사 단계에서 감축투자 이후 예상되는 현금흐름과 상환능력을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탄소가격은 차주의 비용과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고배출 기업은 감축설비에 투자해 배출량을 줄이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사야 한다. 탄소가격이 오르면 배출권 구매비용이 커지는 반면 감축투자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도 늘어난다. 미래 탄소가격 수준에 따라 감축투자의 경제성과 대출 상환여력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허 박사는 금융회사가 현재 탄소가격만 적용하기보다 배출권 공급량과 정부의 시장 개입, 할당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 대출기간 중 탄소가격을 여러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기업의 현금흐름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 가격은 올해 1월 2일 t당 1만300원에서 8월 31일 2만9450원으로 185.9% 상승했다. 허 박사는 “전환금융 대출이나 투자를 할 때 미래 예측가격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은행 심사역들의 심사 역량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전환금융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전환금융에는 인센티브가 없다”며 "녹색채권 발행 때 이차보전 혜택을 제공하듯 전환금융에도 기업과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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