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돌의 기적, 동물계의 리센느…부산 북항 상어 이야기 [해시태그]

입력 2026-09-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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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재난문자로 데뷔한 스타. 그야말로 될놈될(될 놈은 된다)인데요. 시기와 장소, 운까지 모든 것이 딱딱 맞춰 따라준 그야말로 뚝 떨어진 스타죠. 무시무시한 이름보다 익숙한 동요 속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상어 이야기입니다.

18일 오전 8시 57분, 부산해양경찰서에 접수된 신고 전화.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상어가 나타났어요” 기함할 이야기 속 상어는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길이 3~4m가량의 자태로 등장했는데요.

해경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과 장비를 투입해 상어를 외해로 내보내려 했지만, 이 상어는 한번 들어온 공원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죠. 5~6시간 동안 이어진 유도 작업에도 상어가 수로를 벗어나지 않자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언을 받아 자연스럽게 바다로 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상어가 북항을 떠나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무태상어 또는 흑상어로 추정되는 이 상어가 먹잇감을 따라 수로로 들어왔다가, 안쪽으로 굽은 구조 탓에 바다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반면 수로 안에 먹잇감이 풍부해 스스로 머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죠.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상어를 확인한 이들이 입을 모아 뱉은 말은 ‘본투비 스타’라는 건데요. 출구를 못 찾는 상어답지(?) 않게 사람들의 환호를 즐기고 있는 ‘관종끼’가 다분하다는 거죠. 마치 미리 정해놓은 무대 동선처럼 비슷한 코스를 돌며 사람들의 환호에 맞춰 모습을 보여주는 ‘팬 서비스’가 심상찮다고요.

거기다 탁월한 날짜와 위치 선정이 기막히다는 평가인데요. 한여름 해운대였다면 피서객을 위협하는 불청객으로, 방어철 제주 바다였다면 조업을 방해하는 존재로 쫓겨났을 상어가 해수욕객과 조업선이 드문 가을 북항 친수공원을 ‘데뷔 무대’로 골라 스타가 됐다는 거죠. 이 때문에 SNS에서는 ‘동물계의 리센느’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걸그룹 리센느. (사진제공=더뮤즈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리센느. (사진제공=더뮤즈엔터테인먼트)


리센느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걸그룹인데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가 밈으로 확산했고, 2024년 발표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약 2년 만인 올해 멜론 톱100 1위에 올랐습니다. 거창한 광고보다 멤버들의 캐릭터와 온라인 입소문으로 성장해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렸죠.

어찌보면 이 상어 또한 중소돌 출신인데요. 앞선 대기업 선배(?)에 비하면 말이죠. 4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해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늑대 ‘늑구’에게는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오월드가 있었고요. 바오패밀리에게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라는 어마어마한 배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어는 아무것도 없었죠. 스스로 모든 것을 쟁취하고야 만 ‘길바닥 야생 출신’ 그 자체인데요. 자신을 조심하라는 안전재난문자를 역이용한(?) 바이럴 능력이 그저 놀랍습니다.

이제는 ‘부캉이’, ‘부크’, ‘상구’, ‘무태군’이라는 데뷔명 투표까지 나온 상황인데요.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뜬 과정까지 리센느 선배의 뒤를 잇기에 충분하죠.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이 상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로 가득 들어 차 있다.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이 상어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로 가득 들어 차 있다.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마침 금요일이었던 안전재난문자 홍보에 힘입어 주말 상어를 보려는 인파가 몰렸는데요. 부산시가 집계한 북항 친수공원 방문객은 19일 약 8800명, 20일 약 1만 명이죠. 주말 이틀 동안 약 1만8800명이 다녀간 셈인데요. 하루 2000명 안팎이던 평소 주말 방문객의 4~5배 수준입니다.

난간과 해상 육교에는 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섰고요. 다른 지역에서 당일치기로 부산을 찾았다는 방문객, 아이들의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가족과 함께 왔다는 관람객까지 정말 다채로웠습니다. 상어가 만들어낸 ‘무료 아쿠아리움’은 그야말로 주말 부산을 최고의 화제작으로 만들었죠.

주변 상권도 뜻밖의 특수를 누렸습니다. 인근 카페는 주문량이 평소의 두 배로 늘어 음료를 받기까지 40분가량 걸렸는데요. 운영자는 주문 지연을 사과하면서도 “자갈치시장에서 고등어라도 사다 주고 싶다”는 솔직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온라인에서는 상어를 소재로 한 ‘부캉이 게임’까지 등장했는데요. 이용자들이 점수를 겨루는 순위표가 만들어졌고, 상위권 이용자들의 재치 있는 닉네임을 모은 게시물도 별도의 유머 콘텐츠가 됐죠. 상어 모양의 북항 돔구장과 ‘상어빵’, 롯데 자이언츠와의 협업 상품을 상상한 이미지도 확산했는데요. 부산 동구는 상어가 북항을 떠난 뒤에도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이름과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공모 방안을 검토 중이죠.

심지어 주식시장까지 움직였는데요. ‘아기상어’ IP를 보유한 더핑크퐁컴퍼니는 21일 전 거래일보다 7.11% 오른 1만296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8.02% 오른 1만4280원까지 치솟았죠. 이유는 그저 상어 때문이었는데요. 상어라는 공통 소재만으로 매수세가 몰린 전형적인 테마주 움직임이었죠. 22일 오후 2시 기준 전날보단 못하지만, 상어가 발견됐던 18일 종가보다는 3.5% 오른 수치입니다.

비교대상은 동물에 그치지 않았죠. 한 지역축제에 뼈아픈 일침으로 날아왔습니다. 흥행 부진 논란을 겪고 있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인데요. 온라인에서는 “홍보비 0원인 북항 상어가 713억원을 들인 박람회를 이겼다”는 반응까지 나왔죠.

여수세계섬박람회는 5일 개막해 11월 4일까지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와 개도·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립니다. 직접 사업비 약 713억원을 들여 관람객 3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했지만, 개막일부터 19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8만5202명으로 목표의 6.2%에 머물렀는데요.

비교의 핵심은 절대적인 관람객 수가 아니라 투입 비용 대비 화제성이었죠. 별도의 시설이나 홍보 예산 없이 나타난 상어 한 마리가 주말에만 약 1만9000명을 불러모으고 전국적인 관심을 끌자 “여수에도 상어를 풀어야 한다”는 농담까지 이어졌습니다.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3∼4m 크기의 무태상어가 출몰해 해경과 소방당국이 출동해 있다. 해경은 소방당국,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상어를 외해 쪽으로 유도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3∼4m 크기의 무태상어가 출몰해 해경과 소방당국이 출동해 있다. 해경은 소방당국,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상어를 외해 쪽으로 유도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시민들의 관심은 이제 귀한 손님의 ‘끼니’로도 향했는데요. 상어가 며칠째 수로를 떠나지 않자 먹을 것이 충분한지 걱정하기 시작한 거죠. 일부의 걱정은 실제 먹이 투척으로 이어졌습니다. 부산시설공단 북항 친수공원 종합상황실에 따르면 19일 오후 5시부터 6시 30분 사이 한 남성이 상어를 향해 생닭을 던졌다가 경찰에 의해 공원 밖으로 퇴장당했죠.

야생 상어에게 임의로 먹이를 주면 사람이나 특정 장소를 먹이와 연관 짓는 습성이 생길 수 있는데요. 남은 먹이가 수질을 오염시키거나 상어의 건강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죠. 부산시설공단은 안전요원을 배치해 수로 접근과 먹이 투척을 막는 한편, 인파가 한곳에 장시간 머물지 않도록 관람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상어의 ‘식사’를 둘러싼 이야기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로도 번졌는데요. 공교롭게도 롯데는 상어가 처음 나타난 18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19일과 2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내리 이기며 3연승을 달렸죠.

야구팬들은 당시 9위였던 롯데가 “상어 밥이 되지 않으려고 각성했다”, “상어의 기운이 사직까지 전해졌다”며 환호했는데요. 북항에 추진되는 돔구장을 상어 모양으로 짓고 부캉이를 롯데의 새 마스코트로 영입하자는 농담도 이어졌습니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길을 잃은 상어가 사흘째 출몰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그저 나타나 주기만 했을 뿐인데… ‘부캉이’도 당황스러울 듯한 인기. 짧은 움직임에 이름과 캐릭터를 붙이고, 팬미팅과 게임부터 경제효과와 야구의 승리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키운 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너무나 아쉽지만, 이 북항 상어는 관광상품이나 지역 캐릭터이기 전에 바다로 돌아가야 할 야생동물인데요. 먹이를 던지거나 자극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 시민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관심입니다. 부캉이의 마지막 팬서비스는 굽은 수로의 출구를 찾아 넓은 바다로 무사히 돌아가는 모습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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