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탐색기록 기반 비교상품 제시·리뷰 장단점 AI 요약
편리함 커졌지만 ‘무엇을 볼지’부터 알고리즘이 정하는 구조로

이용자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의 ‘진열대’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어를 입력한 뒤 여러 상품과 가격, 후기를 직접 비교하는 과정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가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해 살 만한 상품을 먼저 추리고 비교 대상과 리뷰 핵심 내용까지 제시한다. 쇼핑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소비자가 처음 어떤 상품과 정보를 접할지까지 알고리즘이 좌우하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일 프레인글로벌과 한국PR학회가 서울·수도권의 10~50대 생성형 AI 이용 경험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9.9%가 최근 3개월 내 AI가 추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용자 2명 중 1명꼴이다. 다만 응답자의 41.6%는 특정 브랜드에 편향된 추천을 우려했다.
이처럼 AI 추천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네이버와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AI 적용 범위를 상품 검색에서 추천·비교·리뷰 요약·배송조건 판단 등 쇼핑 전반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상품이나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5월에는 선물 대상과 취향, 예산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하는 선물 추천 기능을 추가했다.
이후 AI가 소비자의 질문을 기다리는 단계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6월 쇼핑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쇼핑 맥락을 토대로 먼저 대화를 제안하도록 기능을 고도화했다. 찜해둔 운동화가 있다면 함께 필요한 상품을 찾아보겠느냐고 먼저 묻는 식이다. 상품을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쇼핑 행동 자체를 제안하는 셈이다.
이달에는 배송 정보까지 AI 추천 기준에 들어왔다. 네이버는 주문 마감시간과 실제 도착일 등 실시간 정보를 반영해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골라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예컨대 ‘내일까지 필요한 상품’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AI가 이에 맞는 상품군으로 구매 선택지를 좁혀주는 방식이다.
쿠팡 역시 지난달 상품 탐색과 비교 과정에 AI 적용을 확대했다.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AI가 소비자의 탐색 기록과 상품 정보를 분석해 비교할 만한 다른 제품을 제시한다. 특정 노트북을 보고 있다면 화면 크기나 저장용량 등이 다른 유사 상품을 골라 주요 차이까지 비교해주는 식이다.
수많은 리뷰를 읽는 과정도 AI가 대신한다. 쿠팡은 구매후기에서 자주 언급된 긍정·부정 내용을 추려 보여주는 리뷰 요약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설명과 수백 개의 후기를 모두 직접 읽지 않아도 주요 평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에서 부담해야 했던 ‘탐색 비용’을 줄인다. 상품 수가 많아질수록 직접 가격과 사양, 후기, 배송일을 비교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늘어나는데 AI가 이 과정을 대신하면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편리함의 이면에서는 소비자가 실제로 접하는 상품의 범위를 누가 정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AI가 수많은 상품 가운데 일부를 먼저 추천하고 리뷰까지 요약하면서 소비자가 보는 ‘디지털 진열대’ 자체가 이용자별로 달라질 수 있어서다. 소비자가 최종 구매를 결정하더라도 그에 앞서 비교할 상품과 참고할 정보는 AI가 먼저 추리는 구조다.
소비자도 AI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프레인글로벌·한국PR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71.1%는 AI가 제시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다시 확인한다고 답했다. 45.8%는 기업 공식 홈페이지나 공신력 있는 출처를 통해 교차 검증했다. 생성형 AI 전반에 관한 조사지만, 추천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소비자가 별도의 확인 과정도 거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쟁점은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대신하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지를 먼저 보여주느냐에 있다. 추천 정확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상품 다양성, 광고 여부, 추천 기준을 소비자가 얼마나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할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AI 추천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한하기보다 의도와 선호를 정확히 파악해 원하는 상품을 찾도록 돕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술 고도화와 함께 소비자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추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