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는 거래 시간이 늘면 거래량이 늘 것이라 기대하지만, 증권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넥스트레이드에서 유사한 시간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연다고 해서 금전적 이득이나 거래량 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증권사들은 시스템 개발, 보안 강화, 인력 배치 등 막대한 비용 부담만 떠안아야 한다. 그는 "실익은 불투명한데 비용 부담만 늘어나 대다수 증권사가 반대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 혁신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거래소의 '내 밥그릇 지키기'에 가깝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 수익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기득권 방어 심리가 작동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는 "투자심리나 외국인 유입은 펀더멘털의 문제지 거래 시간이 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만 증시처럼 거래 시간이 한국보다 짧아도 거래가 활발한 곳이 적지 않다"고 짚었다. 당장 핵심인 ETF 거래조차 빠져 있어 준비마저 반쪽에 그쳤다.
고래들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 정작 등 터지는 쪽은 현장 종사자와 투자자들이다. 늦은 시간까지 전산을 지켜봐야 하는 실무진의 피로는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유동성이 얇은 비정규 시장에서 호가 공백이나 전산 장애가 터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규장에서도 전산 사고가 나면 거래소는 증권사 탓으로 돌려왔다"며 "비정규 시장에서 인력 대응이 늦어져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과 손실을 누가 지겠느냐"고 꼬집었다.
문제는 실효성도 대책도 없는 고래 싸움에 시장 전체가 피로감이라는 독을 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한 일방적인 시간 연장은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짐이 될 뿐이다. 당국과 거래소는 이제라도 자문해야 한다. 텅 빈 호가 창을 채우려 현장의 노동과 비용을 갉아먹는 것이 진정 자본시장의 미래인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모래성 쌓기를 멈추고, 제도의 내실과 안전망부터 다져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