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배치돼 성능 피드백 더해
기술검증과 정치적 시위 함께 노려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미사일보다 ‘침묵’이다. 북한은 8월 6일과 12일 원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20일에는 10발이 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다. 이어 9월 12일에도 원산에서 여러 발을 발사해 약 250㎞를 비행시켰다. 그런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들 발사 직후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신형 무기의 ‘성공’을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북한의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인 해석은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이다. 8월 발사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전후해 이뤄졌고, 9월 12일 발사는 한미일 ‘프리덤 에지’ 훈련 직후였다. 발사 시점만 보면 충분히 가능한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북한의 침묵을 설명하기 어렵다. 목적이 대외적인 무력시위라면 발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전이다. ‘적들의 전쟁연습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고 발표해야 정치적 효과도 극대화된다. 그런데 북한은 8월 세 차례 발사를 연이어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북한은 왜 쏘았는가’가 아니라, ‘왜 쏘고도 말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화성-11가·나, 즉 KN-23·KN-24 계열은 러시아에 공급돼 실제 전장에서 사용됐다. 북한으로서는 평시 시험장에서 얻기 어려운 명중오차, 추진기관 신뢰성, 불발률, 유도·항법 성능, 전자전의 영향, 실제 방공망과의 조우 등 값비싼 전장 데이터를 확보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최근 발사 패턴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달리 읽힌다. 8월 12일 미사일은 700㎞ 이상을 날았지만 20일에는 약 300㎞급 미사일이 다수 발사됐다. 9월 12일에는 수발이 약 250㎞를 비행했다. 단순히 최대사거리나 위력을 과시하려는 무력시위라면 다소 어색하다. 반면 유도장치,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종말단계 기동, 동시발사 능력, 생산품 신뢰성 등을 확인하는 일련의 기술·운용시험이라면 서로 다른 사거리와 발사 수량은 충분히 설명된다.
9월 12일 발사체에는 화성-11 계열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인 ‘화성-11라’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약 250㎞라는 비행거리는 이 체계의 임무영역과 부합한다. 다만 공개된 정보만으로 특정 탄종을 단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9월 12일 발사에 대해서는 이틀 뒤인 14일 뒤늦게 입을 열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공개한 내용은 단순한 ‘보복 발사’가 아니었다. 미사일과 포병, 무인기를 연동하고 통합무기통제체계의 작전능력을 검증하는 합동화력훈련이었다. 이는 최근 발사를 단순한 정치적 도발보다 무기체계와 지휘통제체계의 실전 운용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연합훈련 반발설’과 ‘성능시험설’을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어차피 해야 할 시험을 한미·한미일 훈련 시기에 맞춤으로써 기술검증과 정치적 경고라는 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더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순환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발→시험→배치’였다. 이제는 ‘북한 생산→러시아 공급→우크라이나 실전사용→전장데이터 확보→성능개량→재시험’이라는 새로운 피드백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이 북한 미사일의 거대한 시험장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향상될 수 있는 것은 정확도만이 아니다. 신뢰성, 전자전 대응, 동시다발 발사, 이동식발사대 운용, 부대의 실전 숙련도까지 포함된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북한 미사일이 더 이상 시험장에서만 검증된 무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북한 미사일을 볼 때마다 ‘도발인가, 아닌가’부터 묻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거리 몇 ㎞가 늘었는지만 볼 일도 아니다. 무엇을 시험했고, 무엇을 고쳤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전장 경험이 다음 미사일과 운용교리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북한의 침묵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가 더 이상 매번 선전해야 할 특별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개발·생산·시험·실전운용이 반복되는 ‘일상적인 군사활동’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사실보다 이제는 쏘고도 굳이 자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