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 아닌 지지층 러브콜
무리한 국정 운영의 후환 잊지말길

지난 주말 이재명표 긴급처방이 나왔다. 한껏 몸을 낮춘 대통령의 모습은 어쩐지 어색했다. 연출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연임 생각 없고, 특검법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주문하는 등 최소한으로라도 원로나 뜻있는 논객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은 눈과 귀를 비빌 만했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한 지 고작 1년여, 사람들은 볼 장 다 봤다는 듯 신임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범여권이 그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민심이 진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만만치 않다. 성찰이 체감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한번 거둬들인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호소는 국민을 향했다. ‘국민이 항상 옳다’, 자신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면서도 실은 핵심 지지층 상대 ‘러브콜’이 우선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탓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든 국민 보다 자신을 뽑아준 지지자들 분열에 마음을 쓴 것 같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반성하면서도 정작 지지 하락의 원인을 직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으로 원성을 산 것, 안 하느니 보다 못한 개각 인사로 국민을 실망시킨 데 대한 납득할 만한 반성은 들을 수 없었다.
부동산 정상화가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호언장담했다. 현실은 정반대. 역대 정부가 골탕을 먹었는데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키웠다. 부동산 문제에 세금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것도 지키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부동산 정책은 ‘땜질 누더기 정치’(kludgeocracy)의 교과서적 사례가 되었다. 많은 국민에게 타격을 줄 초강력 규제를 서둘러 발표하고 부작용이 불거지자 누더기처럼 기워 대고는 입법예고 단계에서 고치는 게 뭐가 문제냐며 반문한다. 급기야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비해 공공주택 대량 매입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세금을 올려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는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게 세금으로 윽박지른 결과가 없지는 않았다. 강남 등에서 국지적으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 84주 연속 상승 등 수도권 상황은 여전히 추세적 급등세였다. 이 이상한, 아니 당연한 결과를 두고 정책이 먹힌다고 자화자찬할 건가. 부동산에 쏠린 돈을 돌리겠다며 부추겼던 증권시장은 세계 최악의 변동성으로 출렁거리며 수많은 개미들의 피눈물을 불렀다. 이것이 신도 모르는 주식시장의 묘법을 운위할 일인가, 정부 이기는 시장도 없다던 정부가 시장을 이긴 결과인가.
2기 개각은 국면전환은커녕 민심만 더 악화시켰다. 정책실장 교체를 두고 청와대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인적 쇄신’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의 교체도 다르지 않았다. 그 무슨 전략적 모호성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문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위한 정책 설계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의 소재는 흐린다. 당시 관련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여태껏 ‘세부적인 결정 절차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은 인사시스템 재점검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인사시스템이 문제일까. 검증 부실보다 누가 어느 자리에 누구를, 무슨 의도로 천거하는지가 먼저다. 검증도 누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무엇을 검증하는지, 추천자가 누구든 구애받지 않고 철두철미 냉철히 검증할 조직과 문화가 작동하는지가 문제다. 인사시스템을 아무리 개선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부실검증이 드러나도 인사실패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읍참마속이 안된다. 이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들, 우리와 다른 판단들까지 대비하고 준비하지 못한 게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만기친람 아니라며 ‘권한은 주되 책임은 엄격히 묻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과연 책임을 묻기는 하는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정부의 오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만은 무리를 낳는다. 국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어떤 후환을 겪었는지 교훈이 부족하지 않다. 국민을 짜증 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못 믿겠다, 안 되겠다는 수준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 정권의 내리막길은 가파르게 펼쳐진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광화문 밤하늘을 누빈 촛불들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