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서 ‘사용자성’ 줄줄이 패한 건설사들…다음 격전지는 ‘교섭 범위’

입력 2026-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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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재심서 원청 사용자성 잇따라 인정
안전 의제 인정했지만 임금 직불제는 불인정도
원·하청 교섭 본격화…76개 건설사 절차 진행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원청 건설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잇따르면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실제 교섭 범위로 옮겨가고 있다.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처럼 원청의 통제력이 비교적 분명한 사안뿐 아니라 임금·근로시간 등 노조가 요구하는 의제 가운데 어디까지 원청의 교섭 대상으로 볼지가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대우건설과 두산건설, 반도건설, HL디앤아이한라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재심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초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3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중노위 재심 판단이 나온 건설사 관련 사건에서는 모두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6월 중흥건설·중흥토건을 시작으로 포스코이앤씨, 극동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등 총 24개사가 같은 판단을 받았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혔다.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해당 범위에서는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다단계 도급 구조 아래 원청이 공정과 작업공간, 안전관리 등을 총괄하는 건설현장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으로 꼽혀 왔다.

다만 특정 근로조건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고 해서 노조가 요구한 모든 사항에 교섭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는 의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중흥토건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노위는 6월 두 회사가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노조가 함께 요구한 임금 직불제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사가 임금 제도 개선을 자율적으로 논의할 수는 있지만 두 회사가 해당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결국 향후 쟁점은 개별 교섭 의제를 어디까지 원청의 지배·결정 범위로 볼 것인지다. 안전시설이나 작업환경은 원청의 통제력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임금과 근로시간, 인력 운용 등은 현장과 사안에 따라 원·하청의 권한 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사용자성 여부를 넘어 실제 교섭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며 "원·하청 관계와 의제별 특성이 다른 만큼, 교섭 방식을 다양화하고 어떤 의제를 누구와 다룰지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교섭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안전을 계기로 시작한 원·하청 교섭에서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다른 근로조건까지 요구가 확대될 경우 의제마다 원청의 지배·결정권을 다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전문건설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한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업 특성상 원청과 하청의 권한을 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일부 건설사에서는 원·하청 교섭이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지난달 20일 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 공동교섭단과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열었다. 포스코이앤씨도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달 15일 노조와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진행했다.

건설노조는 현재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우선 교섭을 추진하고 30대 건설사와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등 총 76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교섭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모든 근로조건을 원청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교섭이 본격화하면 의제별로 원청의 결정 권한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놓고 현장마다 계속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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