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상사 50년⋯정몽혁 회장, 워크아웃 딛고 영업익 4배로 증명

입력 2026-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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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졸업 당시 영업익 500억→지난해 그룹 기준 1600억
2021년 이후 매출 2배·영업익 4배…올 1분기 영업익도 25% 증가
독립계 상사로 홀로서기…트레이딩 넘어 투자·사업개발 회사로 전환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상사의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겠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이 현대종합상사에서 ‘종합상사’라는 이름을 떼어낸 배경이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었다. 상품을 사고파는 전통적 상사에서 직접 사업을 만들고 투자하는 회사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워크아웃 이후 16년에 걸친 현대코퍼레이션의 재건도 이 방향을 따라 진행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지난 50년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76년 현대그룹 종합상사로 출범해 철강과 자동차, 석유화학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며 성장했지만 이후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을 겪었다. 2010년 현대중공업 계열에 편입됐고, 2016년에는 다시 계열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경영에 들어갔다. 올해가 홀로 선 지 10년째다.

반전의 출발점은 2010년이었다. 워크아웃을 막 졸업한 정 회장은 임직원들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선영을 찾아 “회사를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외형부터 키우지는 않았다. 매출보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했다.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손보고 평가와 인재육성 시스템도 다시 짰다. 정 회장은 이 과정을 ‘제2창업’이라고 불렀다.

▲정몽혁 회장이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 및 격려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회장이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서 축하 및 격려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재건의 성적표는 숫자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올해 경영회의에서 제2창업 당시 5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그룹 기준 16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대코퍼레이션만 놓고 봐도 성장 폭은 크다. 연결 매출은 2021년 3조7825억원에서 지난해 7조554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1억원에서 1401억원으로 약 4배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4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9% 늘었다.

실적을 떠받친 것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사업 구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승용차 423억원, 철강 398억원, 에너지·상용부품 332억원, 기계·인프라 146억원, 석유화학 142억원으로 골고루 가져갔다. 올해 1분기에는 철강 이익이 줄었지만 석유화학과 기계·인프라가 이를 메웠다. NICE신용평가도 해외 네트워크와 제품 소싱 능력, 다각화된 품목을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용등급을 6월 A에서 A+로 올렸다.

독립경영도 회사의 색깔을 바꿨다. 범현대그룹 거래가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지만 2016년 이후 사업과 투자 결정은 스스로 내려왔다. 정 회장은 계열분리를 그룹 울타리를 잃은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출발”로 받아들였다. 이후 승용차와 석유화학, 기계·인프라 등 자체 수익원을 키우며 독립계 상사로 자리를 잡았다.

▲정몽혁 회장이 '2025 GSC(Global Strategy Conference)'에서 총평을 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회장이 '2025 GSC(Global Strategy Conference)'에서 총평을 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코퍼레이션)

이제 정 회장의 시선은 트레이딩에서 사업개발로 옮겨가고 있다. 정 회장이 제시한 방향은 고객과 시장,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오거나이저(사업 기획자)’다. 해외 거점 ‘네스트(NEST, 권역)’도 단순 지사가 아니라 직접 거래와 투자를 발굴하는 현지 본사로 바꾼다. 지난해 루치노바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추가 바이아웃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예산을 편성했다. 그룹 합산 영업이익 목표도 2000억원으로 높였다.

정 회장은 다음 50년의 목표를 ‘준비된 100년 기업’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잠시 1등하는 기업보다 어떤 환경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 변화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개척하며 미래 사업의 가능성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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