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1조·한화 6천억·삼성증권 등 6천억
'지분 20% 한도' 검토안엔 세 곳 모두 안 걸려
빗썸·코빗·창업자 지분은 초과…소급이 관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는 사이 올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매매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계열 투자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는 5월 한 달 새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2조2000억원어치를 처분했고, 그 자리를 채운 은행·증권사들은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거래소 지분 상한'에 걸리지 않는 수준까지만 사들였다.
15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와 두나무·빗썸·코빗·코인원 등 거래소 4곳의 감사·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는 5월 세 차례 계약으로 두나무 주식 총 2조2138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28만4000주(6.55%)를 1조33억원에 하나은행에, 136만1050주를 5978억원에 한화투자증권에 팔아 보유 지분 10.58%가 4만5000주(0.13%)로 줄었다. 5월 28일에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삼성증권 등 3개사'에 139만4974주(4.00%)를 6128억원에 추가 매각했다. 세 계약의 주당 가격은 모두 43만9252원(공시 취득금액 기준 환산)으로 같다.
매수자 가운데 공시로 확인되는 곳은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과, 69만7487주(2.00%)를 3064억원에 사들인 삼성증권까지 세 곳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5.93%에서 9.84%로 지분을 늘렸다. 삼성그룹은 5월 삼성증권 2%와 함께 삼성카드·삼성SDS의 각 1% 취득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른 거래소들도 주인이 바뀌었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2월 지분 92.06% 취득을 공시하고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치면서 지분 97.15%의 자회사가 됐다. 총 인수대금은 1413억7000만원이며, 사명도 '디지털엑스 주식회사'로 바꿨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 800억원씩 투자해 대주주로 들어왔다.
이런 지분 매입을 제한하는 법은 아직 없다. 은행 주식은 은행법에 따라 한 사람이 가족·계열사 지분까지 합쳐 10%(일반 기업은 4%) 넘게 가질 수 없지만, 가상자산거래소 주식은 얼마를 사들여도 막는 규정이 없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에도 관련 조항은 없다. 상한선은 이달 발의가 추진되는 당정 통합안에 처음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3월에는 대주주 지분을 20%까지만 허용하는 안이 알려졌다가 이미 지분을 보유한 거래소 대주주들이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해 조정 논의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지분은 그대로 갖되 주주총회 의결권만 20%(일정 요건을 갖추면 34%)까지 행사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의 검토안대로 20% 한도가 도입되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곳은 5곳이다. 코빗 지분 97.15%를 가진 미래에셋컨설팅, 빗썸 지분 73.56%의 빗썸홀딩스, 코인원 대주주인 더원그룹(34.30%)과 컴투스홀딩스(21.95%), 그리고 두나무 지분 25.51%를 가진 창업자 송치형이다. 이들이 팔아야 할 초과 지분은 거래 가격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 9563억원어치다. 예외를 인정받아 한도가 34%로 올라가도 미래에셋·빗썸홀딩스·더원그룹은 여전히 초과다. 의결권만 제한하는 절충안이 채택되면 팔 필요는 없지만, 미래에셋은 코빗 지분 97%를 갖고도 주주총회에서는 20% 몫의 의결권만 쓰게 된다. 반면 올해 두나무 지분을 사들인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은 가장 엄격한 검토안(15%) 기준에도 못 미친다.
남은 변수는 두나무 창업자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서 보느냐다. 송치형(25.51%)과 김형년(13.10%)의 지분을 합치면 38.61%가 된다. 지금 법안들이 따르는 기준으로는 두 사람이 가족도 계열사도 아니어서 각자 따로 계산되지만, 정부안이 자본시장법의 '공동보유자'(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한 주주) 개념을 가져오면 합쳐서 계산된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많게는 3조6000억원어치 지분의 처분 여부가 갈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쟁을 겨냥한 상표 출원도 시작됐다.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름에 쓰일 'KRW' 조합 상표 출원은 1270여 건으로, 은행 13곳이 216건, 카드사 8곳이 101건, 증권사 5곳이 61건을 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보름 새(6월 23일~7월 8일) 국민·하나·우리은행과 토스뱅크·카카오뱅크 등 주요 은행이 잇따라 출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