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난 땅에 ‘더 강한 숲’…트리플래닛, 복원 넘어 연구로 [CSR 필름 리와인드]

입력 2026-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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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개 숲에 150만그루 이상 식재
강릉·울진 산불피해지에 연구림 조성
전국 9곳서 기후위기 대응 묘목 실증
심고 끝 아닌 장기 관리·산림경영으로 진화

기업의 사회공헌(CSR)이 단순 시혜성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과 고유 사업 역량을 사회적 가치로 융합하며, ‘좋은 일’을 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가장 잘하는 일’로 세상을 바꾸는 추세다. 이에 이투데이는 올해 제15회를 맞은 ‘CSR 필름 페스티벌 어워드’를 앞두고 2012년 이래 3회 이상 수상한 기업·기관 15곳의 발자취를 추적, 지난 15년간 한국 CSR이 일궈낸 ‘선한 변화’를 집중 조명한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산불피해지에서 진행한 반려나무 입양 행사에서 트리플래닛 관계자 및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트리플래닛)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산불피해지에서 진행한 반려나무 입양 행사에서 트리플래닛 관계자 및 참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트리플래닛)

나무를 많이 심는 것만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트리플래닛은 이제 ‘몇 그루를 심었는가’보다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고 어떻게 숲으로 키울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산불과 개발로 훼손된 산림을 장기간 관리하고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묘목을 연구하는 방식이다. 시민 참여로 나무를 심던 소셜벤처에서 산림 복원과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기업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2010년부터 시민과 기업, 정부와 함께 334곳의 숲을 조성하고 15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회사가 추산한 조성 숲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약 113만t이다. 협력 기업도 150곳을 넘어섰다. 과거 게임과 크라우드펀딩 등을 활용해 누구나 나무심기에 참여하도록 했다면 최근에는 숲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장기 산림복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산불 피해지 복원이다. 트리플래닛은 2022년 홍천에 생태복원 연구림을 조성한 데 이어 2023년 강릉, 2024년 울진에 산불피해복구 연구림을 만들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영남 지역에서도 지자체·기업과 함께 장기 산림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접근 방식도 단순 식재와는 다르다. 산불이나 산사태, 개발 등으로 훼손된 산에 나무를 심은 뒤 숲이 다시 자리 잡을 때까지 여러 해에 걸쳐 관리하고 모니터링한다. 트리플래닛은 이를 ‘회복을 설계하는 산림 복원’으로 정의한다. 산림의 기능과 가치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식재 이후까지 기업과 장기간 협력하는 구조다.

숲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나무 자체도 연구하고 있다. 트리플래닛과 포레스트벤처스는 ‘하이퍼트리’ 연구를 통해 기후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 활엽수 묘목을 실증하고 있다. 산불피해지와 사유림, 유휴농지 등 실제 산림 환경에서 묘목의 생존성과 성장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산림 복원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국 9곳, 약 20㏊ 규모의 시험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트리플래닛이 공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시험 중인 묘목의 평균 연간 생장 속도는 약 3m, 평균 활착률은 85% 이상이다. 산불피해지와 광해지, 유휴지처럼 생육 조건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신속한 재난복구에 활용할 수 있는 묘목을 찾는 것이 목표다. 다만 회사는 하이퍼트리를 아직 사업화된 완성 모델이 아닌 연구 단계의 파일럿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림 연구에 뛰어든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기후위기와 산림재난이 있다.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동시에 식량과 목재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지만 산불과 개발, 기후변화에 따른 훼손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산림경영과 산림휴양, 생명공학 분야에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설정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학교숲’도 또 하나의 축이다. 트리플래닛은 2020년 학교숲 조성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 교육부와 학교 탄소중립을 위한 교실숲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313개 학교와 협력해 약 15만 명의 학생에게 환경교육을 제공했다. 학교 안에 숲을 만들고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가꾸며 생물다양성과 환경 문제를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트리플래닛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나무심기의 ‘양’보다 숲의 ‘생존’을 높이는 것이다. 산불 피해지에 나무를 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묘목을 연구하고 성장 과정을 추적해 다시 건강한 숲이 될 때까지 관리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 트리플래닛이 이제는 ‘심은 나무가 살아남아 숲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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