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日 ‘엔 캐리트레이드’⋯대안으로 떠오른 스위스프랑

입력 2026-09-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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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금리 정상화에 엔화 조달 매력↓
스위스 금리 0%⋯日보다 낮아
스위스서 대출받아 신흥국 재투자해

▲일본 국기와 엔화 환율.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국기와 엔화 환율.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투자 전략이었던 ‘엔 캐리트레이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와 엔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엔화를 싼값에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드’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엔화의 빈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조달 통화를 찾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스위스프랑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 캐리트레이드(엔 캐리)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엔 캐리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나 멕시코 페소, 뉴질랜드 달러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와 해당 국가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만 이용한 달러ㆍ엔 캐리거래도 최근까지 연율 2.5~3.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2024년에는 수익률이 5~6%에 달하기도 했다.

엔 캐리의 전성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본격화됐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반면,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2022~2023년 엔 캐리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조달하고 높은 금리를 주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 금리 차익뿐 아니라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상황이 점진적으로 역전됐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가운데 엔화 가치까지 상승하면서부터다. 엔화를 조달 통화로 사용하는 비용과 환율 위험이 동시에 커진 것. 로이터통신 설문에서 경제전문가 68명 중 97%는 일본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62%는 내년 2분기까지 금리가 최소 1.75%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7일(현지시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블룸버그통신)
▲7일(현지시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블룸버그통신)

엔화 강세도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 주요 캐리 트레이드 대상인 멕시코 페소와 튀르키예 리라에 대해 약 5% 상승했다. 달러ㆍ엔 환율도 지난주 달러당 160엔을 웃돌던 수준에서 전날 한때는 152.89엔까지 떨어졌다.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을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오를수록 상환 부담이 커진다. 결국 보유한 해외 자산을 팔고 엔화를 사들여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투자자들은 새로운 저금리 조달 통화를 찾기 시작했고, 그 끝에서 스위스프랑을 찾아냈다. 로이터통신은 “유력한 대안은 스위스프랑(CHF)”이라며 “스위스의 기준금리는 현재 0%로 일본의 1%보다 낮다”고 전했다.

아다르시 신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외환전략 책임자는 “스위스 금리는 일본 엔화보다 낮을 뿐 아니라 프랑의 변동성도 더 낮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당국의 정책 방향도 캐리 트레이드에는 우호적이다. 강한 프랑은 스위스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에 부담을 줘왔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필요할 경우 프랑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는 등 엔화 약세 억제에 나서고 있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시장 책임자는 이러한 차이를 두고 “일본은 강한 엔화를 원하고 스위스는 약한 프랑을 원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이치에 맞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엔화에서 프랑으로의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실제 스위스프랑을 빌려 멕시코 페소에 투자하는 캐리 전략은 최근 한 달 동안 약 4%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엔화를 조달 통화로 이용한 전략의 수익률은 1.3%에 그쳤다는 블룸버그 집계도 나왔다.

다만 엔 캐리의 ‘완전한 종말’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엔화는 거래량이 풍부한 주요 통화인 데다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조달 통화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선임 채권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캐리 트레이드는 여전히 작동한다”면서도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아니다. 이제는 정치적 위험 프리미엄까지 따라붙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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