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표면 단백질 유전자 중 2.5%만 신약 타깃
암젠·릴리도 뛰어들어…국내선 베르티스가 공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등 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타깃’ 확보가 신약 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떠올랐다. 기존에 검증된 소수 타깃에 신약 후보물질이 몰리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진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도 새로운 표면 단백질을 찾아내는 기술에 투자를 시작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단백질은 위치에 따라 기능과 약물 접근성,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치가 달라진다. 특히 세포 표면 단백질은 세포 안팎으로 신호를 전달하거나 물질의 이동을 조절하며 세포 외부에 노출돼 있어 항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반적인 항체는 세포막을 통과해 내부 단백질에 접근하기 어려워 세포 표면 단백질이 주요 치료 타깃으로 활용된다. 특히 ADC나 이중항체는 어떤 표면 단백질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타깃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 타깃은 제한적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인간 세포 표면 단백질 관련 유전자는 3500여개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항암제의 타깃으로 활용되는 것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기존 타깃을 겨냥한 치료제에서도 내성, 병용요법, 적응증 확대 등의 한계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표면 타깃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단순히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포 표면에 존재해 항체가 접근할 수 있는지, 정상조직에서는 적게 발현돼 부작용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ADC는 항체가 표적에 결합한 뒤 세포 내부로 유입돼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많은 후보물질을 찾는 것에서 실제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타깃을 선별하고 검증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규 타깃을 발굴하는 기술 확보에 나섰다. 암젠은 올해 1월 디스코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6억1800만달러(약 9100억원)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표면 단백체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암 타깃을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시기 일라이 릴리는 인듀프로와 최대 3개 타깃을 대상으로 총 9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두 계약 모두 특정 신약 후보물질뿐 아니라 새로운 표면 타깃을 발굴하는 기술 역량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
국내에서는 베르티스가 표면 단백체를 활용해 타깃을 발굴한다. 베르티스는 최근 ‘MSD 헬스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신규 치료제 타깃 발굴·검증 플랫폼 ‘SURF’를 공개했다. SURF는 회사가 축적한 프로테오믹스와 AI로 신규 표면 타깃을 발굴하고 실제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까지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플랫폼이다. 단백질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후보물질 발굴에서 우선순위 선정과 검증, 후속 개발을 위한 근거 확보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베르티스는 개별 타깃뿐 아니라 주변에 함께 존재하는 인접 단백질까지 분석해 이중·다중항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 조합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확보한 타깃과 데이터를 특허 등 신약개발 자산으로 축적하고 향후 제약사와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서 좋은 표적을 발굴하는 것은 경쟁력을 좋은 치료제를 선점하는 것과 같다”며 “표면 단백질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본격적인 선점 경쟁에 나선 영역인 만큼 국내 기업이 신규 타깃 발굴·검증 역량을 확보한다면 신약개발 경쟁의 주도권을 가져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