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전 세계는 경기침체기로 들어섰으며 한국 경제도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9월부터 세계는 한국 경제에 대해 “그 어떤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올 4분기부터 한국 경제는 살아나 내년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정부 및 기관에서 나오고 있지만 내년 국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확실하나 불안한 잠재적 요소가 많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3.5~6.0%”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4%를 전망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숫자를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우리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5%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 반면, KDI를 비롯한 많은 기관에서는 오히려 많은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며 “예년과는 전혀 상반된 이런 현상을 감안할 경우 내년도 ‘실질성장률 4% 전망’은 결코 무리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의 발언은 각 기관들이 정부에서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4% 보다 더욱 낙관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실질적으로 성과를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우리경제가 3.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 4%(6월25일)보다는 낮고, 한국은행 전망치 3.6%(7월10일)보다는 높은 수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상반기 중 국내경제는 경기부양정책 효과 확산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나 하반기로 돌아서면서 출구전략 추진, 원화강세의 영향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상고하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관들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해 최고 6%대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반기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에 발표한 2.5%보다 1.1%포인트 올라간 3.6%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로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IMF는 “선진국의 경제는 전례 없는 정부 개입에 힘입어 안정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신흥국들은 상품가격 상승,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선진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레디스위스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무려 6%를 제시했고 노무라와 바클레이스, 모건스탠리는 각각 5.0%로 예상했으며 HSBC는 4.6%, S&P는 4.3%로 각각 내다봤다. 도이체방크(4.1%), 씨티은행(4.0%), 피치(3.9%) 등도 4% 안팎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3.2~4.6%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각각 4.6%,4.5%를 예상했고 하이투자증권 4.2%, 신한금융투자는 4.1% 성장을 점쳤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4%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3.5%)과 KB투자증권(3.2%)은 상대적으로 낮은 3%대의 잠정 전망치를 제시했다.
신동석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국내 경제는 본격적인 확장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경쟁력을 찾은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신 연구원은 "경기호조로 수출부문에서의 소득증가가 국내 수요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내수경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회복은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이처럼 국내 경제가 올해와 내년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란 것에 대해 국내외의 이견은 차이가 없지만 언제까지 고속성장을 이어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투자와 내수 등 민간부문의 회생력이 아직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내년 우리경제는 회복이 일정수준이 된 이후 U자나 V자로 가기엔 어렵고 회복 상태에서 루트기호(√)나 L자처럼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 및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해 이를 시행하는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원장은 "국제적으로 출구전략 사전 준비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지만 그 시행 시기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현재까지 지배적"이라며 "우리도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데 있어 신중할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당국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앞서 잠재 리스크를 예방하고 예외적 조치의 무리 없는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 예외적인 금융 지원 대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당국이 경기정상화에 대비한 ‘출구전략’의 시기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와 금리 상승, 환율 하락, 고용문제 등으로 내년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에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고용이다"며 "주요 20개국(G20)에서도 고용 문제 해결을 최대의 관심사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후행적 특성을 띠는 고용의 경우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문제는 그동안 우리경제의 회복에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던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1248.90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15일에는 1154.90원을 기록하며 50여일만에 94원이 급락했다.
원달러환율이 올 연말 1100원대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하락해 1000원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원달러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며 하락 폭도 일본 엔화, 대만 달러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락)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재정 여력이 감소한 부분을 민간에서 채워야하는데 글로벌 경기의 호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내년 이후 세계경제에서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25%를 넘는다. 포럼에 참석한 다른 경제전문가도 세계 경제 더블딥 가능성이 30% 안팎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해 더블딥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블딥 요인으로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 소멸 ▲낮은 유동성 회전속도 ▲신용 축소에 따른 소비 부진 ▲부실 대출자산 증가 등을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