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허위조작정보’ 첫 판단체계 가동…애매한 정보도 공통 기준으로 심의

입력 2026-09-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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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 (장영준 기자 jjuny54@)
▲김민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 (장영준 기자 jjuny54@)
기존 불법정보와 달리 판단 기준이 모호했던 ‘허위조작정보’를 가려내기 위한 민간 자율규제 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허위·조작성뿐 아니라 유포 목적과 실제 피해까지 단계적으로 따지는 기준을 마련하고 실제 신고 사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과 함께 새롭게 만들어진 심의 체계가 운영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는 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특별위원회 출범 이후 심의 현황과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의 세부 판단 기준을 처음 공개했다. 7월 7일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마련된 자율규제 기준이 실제 신고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공개한 첫 자리다.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는 명예훼손·불법 촬영물 등 법률이 유통을 금지한 정보로 기존에도 별도의 심의·조치 체계가 존재했다. 반면 새롭게 법에 들어온 허위조작정보는 단순히 ‘사실과 다른 정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김민호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은 “불법정보는 누구도 유통해서는 안 되는 정보지만 허위조작정보는 굉장히 애매한 영역”이라며 “신고가 들어왔을 때 회원사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만큼 국내 플랫폼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KISO는 플랫폼들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만들고, 개별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신고를 특별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되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권리·공익 침해를 막고, 조치는 침해 정도에 비례한 최소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핵심은 ‘정보가 틀렸느냐’만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허위정보 또는 조작정보일 것 △허위·조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을 것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풍자나 패러디는 제외한다.

김 위원장은 “허위냐 조작이냐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너무 어렵다”며 “거기에 의도와 목적까지 있고 경제적 이익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경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 (장영준 기자 jjuny54@)
▲김현경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 (장영준 기자 jjuny54@)
김현경 위원도 “허위·조작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유통 금지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정보라고 하기 어렵다”며 “피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지, 피해 발생을 어떻게 판단할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세부 기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사자의 속마음인 ‘의도’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객관적인 정황을 통해 추단하도록 했다. 게시 동기와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와 반복성뿐 아니라 워터마크 등의 고의적 삭제·변조, 봇·매크로를 이용한 조직적 확산,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했는데도 계속 유포했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

‘부당한 이익’ 역시 금전적 이익에 한정하지 않는다. 영향력 확대나 팔로워 증가 등 사회적·정치적 이익까지 포함할 수 있으며 수익 구조와 유통 시점, 행위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실제 이익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허위 여부를 판단할 때도 게시물 일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허위정보로 보지 않는다. 해당 내용이 게시물의 핵심적인 메시지인지, 일반 이용자가 사실이라고 믿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 의견이나 가치판단, 예측·추정처럼 객관적인 팩트체크가 어려운 영역도 구분한다.

이렇게 마련된 기준은 이미 실제 신고 심의에 적용되고 있다. KISO에는 현재까지 모두 27건이 특별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 가운데 심의 과정에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명예훼손성 권리침해에 따른 임시조치가 이뤄진 4건을 제외한 23건에 대해 본안 판단이 이뤄졌다. 23건 모두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정보에는 ‘해당없음’으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자율규제인데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것은 자체 처리할 수 있지만 애매한 사안을 특별위원회에 상정해 같은 판단 기준으로 심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초기 신고 양상은 예상과도 달랐다.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허위정보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행·숙박 정보,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 시술 후기, 상품 할인정보 등 ‘정보·후기·홍보형’ 게시물이 19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김 위원장은 “첫 상정 안건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며 “정보를 전달하거나 상품·서비스를 홍보하는 게시물들이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첫 심의에서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된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엄격한 판단 구조와 관련 있다. 허위·조작성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나 목적, 실제 권리 또는 공익 침해까지 모두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오류나 일부 부정확한 표현, 정보가 최신이 아닌 경우 등은 전체 맥락상 이용자를 속이기 위한 허위·조작으로 보기 어렵다면 ‘해당없음’ 판단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설사 허위나 조작이라는 점을 밝혀냈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목적을 갖고 했는지, 부당한 이익이나 권리 침해가 있었는지까지 모두 갖춰져야 법상 허위조작정보가 된다”며 “이번 심의에서는 모든 요건을 충족한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KISO는 앞으로 심의 사례를 축적하면서 현재 마련 중인 가이드라인 해설서 등을 통해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온라인상의 모든 부정확한 정보나 권리침해 사안을 허위조작정보로 포섭하는 것은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심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율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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