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전략적 파트너십 다져야 할 ‘농업통상’

입력 2026-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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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적으로 대응해온 농산물 시장
K푸드 등 농식품 수출실적 ‘기록적’
한미 농기술 협력 통해 시너지 내야

최근 한미 간 교역·투자·통상 관계가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패권 다툼 등과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업 분야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동안 한미 농업통상은 특정 농산물의 수입 개방 저지, 관세 인하, 동식물 검역(SPS) 등 개별 현안에 방어적으로 대응해왔다. 정책의 중점도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농업의 피해를 완화하고 보전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한미 관계와 한국 농식품 산업의 위상 변화를 고려할 때, 이제는 소극적·방어적 접근에서 전환해야 할 상황이다. K푸드의 글로벌 확산, 식량안보와 농식품 공급망 안정, 농업기술과 푸드테크(Foodtech) 협력, 나아가 제3국 공동 진출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통상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2012년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4년이 지났다. 한미 FTA를 계기로 양국의 농식품 시장 개방은 가속화되었고,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도 크게 늘어났다. 2025년 한국의 농식품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10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농기계, 농약, 비료, 스마트팜, 동물용 의약품 등 농관련 전방산업을 합친 ‘K푸드+’ 수출액은 136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8억달러를 기록해 중국(15억9000만달러)을 제치고 한국 농식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K컬처의 인기에 힘입은 단순한 일시적 열풍이 아니라, K푸드를 포함한 한국 식문화가 미국 시장의 주류(Mainstream)로 진입했음을 나타낸다.

한미 농업통상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어야 하고 전략도 전환해야한다.

첫째, 농업통상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방어적 통상’에서 ‘선제적·전략적 통상’으로의 대전환해야 한다. 미국산 농산물의 국내 시장 접근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현 시점에서 통상정책의 초점을 수입 제한과 피해 보상에만 두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민감 품목을 보호하고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기본 책무는 차질 없이 이행하되, 미국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발판 삼아 국내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공격적 통상을 펼쳐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수출국이자 첨단 농업기술과 푸드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강국이다.

둘째, 미국 농산물을 잘 활용하는 방안에 역점을 두어야한다. 미국산 농산물을 단순히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수입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농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어떻게 활용할것인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K푸드 소비의 거대 시장인 동시에 식량·사료·식품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처이다. 미국의 장점과 한국의 장점을 융복합하면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풍부한 농산물과 앞선 식품기술을 한국의 뛰어난 가공·발효기술, AI·스마트팜·로봇 등 디지털 기술, 그리고 K컬처와 융합하면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여기에 첨단 농생명 기술을 적용하면 미국 시장은 물론 제3국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고급상품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양국이 상호 도움이 되고 전략 파트너가 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의 농업분야 기술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세계는 AI시대에 돌입했다. 농업분야에서 푸드테크 및 저장, 가공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분야가 많다. 미국이 보유한 정밀농업, 종자 바이오, 데이터 농업 기술과 한국이 강점을 지닌 AI, 스마트팜, 로봇, IT 기반 가공기술을 결합하면 막대한 시너지가 발생한다. 양국이 AI를 중심으로 농업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공동 연구개발(R&D) 펀드 조성, 기술 상용화, 상호 투자 유치, 스마트팜 설비 및 솔루션의 제3국 공동 진출로 이어지도록 파트너십을 확장해야 한다.

필자가 과거 농림축산식품부 통상협력과장과 국제협력과장, 주미 한국대사관 농무관,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현장을 누비며 절감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 관리와 국내 농가 피해 최소화가 농업통상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제는 시각과 전략을 전환해야한다. 미국을 경쟁 상대나 방어 대상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글로벌 시장을 공동 개척할 전략적 동반자로 활용해야 한다. ‘교역과 기술 협력’을 통해 우리 농식품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영토를 어떻게 넓힐 것인가가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 부처(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부·외교부), 농업인 단체, 식품 대기업 및 푸드테크 스타트업, 연구기관,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미국 측 정부·기업·대학과 정례적으로 소통하는 ‘한미 농식품 전략협력체(K-US Agri-Food Strategic Partnership)’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한미 농업통상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은 명확하다. ‘수입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수출은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기술과 공급망은 호혜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통상은 한국 농식품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세계 시장을 넓히는 ‘능동적 통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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