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급등 따른 구조적 차익 실현
ETF 연계 매도 등 겹친 '수급 착시'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61% 넘게 급등하는 강세장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65조원에 달하는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증권가에선 이를 '셀 코리아(한국 증시 이탈)'가 아닌 구조적 차익 실현 현상으로 진단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8월 31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61.84% 상승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을 견인한 주체는 외국인이 아니었다. 실제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도 올해 반도체주가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순매도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79조3705억원과 SK하이닉스 70조4790억원을 순매도하며 두 종목에서만 150조원에 달하는 매물이 쏟아졌다. 이어 △현대차 10조9856억원 △SK스퀘어 7조3539억원 △삼성전자우 4조100억원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증권가는 이 같은 대규모 매도세가 외국인의 '한국 시장 이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지난해 10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영향이 컸다"며 "상장 당시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스왑 연계 현물 매수로 외국인 순매수가 강하게 유입됐으나, 올해 들어 주가 상승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과 고점 이후 레버리지 ETF 물량이 쏟아지며 대규모 순매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수급은 성격에 따라 명확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외국인이 4조9633억원을 순매도했던 작년 4분기에도 수급 전체는 순매도였으나, 홍콩 레버리지 ETF 상장과 맞물린 구조적 매수세는 지속 유입된 바 있다.
서 상무는 "패시브 자금은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리밸런싱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비중을 덜어낸 것이고, 액티브 자금은 파생 및 연계 수급 요인으로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도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 역시 한국 대형 반도체주가 글로벌 벤치마크 대비 단기 급등한 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헤지펀드와 기관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수익이 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덜 오른 중국 등 타 국가 자산으로 분산 투자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이슈와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겹치며 주가가 오를 때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향후 외국인 수급 복귀 여부가 반도체 사이클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서 상무는 "현재 홍콩 상장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AUM)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향후 수급 방향성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중 반도체 실적 고점이 언제 도래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선반영 돼 조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업황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