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빈자리에 한국 전력기기 업체 수혜 기대
세부 규제 대상·품목 등 후속 조치는 변수 가능성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핵심 전력망의 외국산 기기 반입을 제한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규제 대상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사이버보안 및 공급망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중국산 장비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와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대용량 전력시스템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 국가안보 등에 수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특정 외국산 전력기기의 취득·수입·이전·설치를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에는 69킬로볼트(kV) 이상 송전망과 변전소,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발전기, 산업제어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등의 성장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산 전력기기를 통한 사이버 공격과 공급망 교란이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등의 조달 수요가 비중국산으로 이동하면 북미 시장을 확대해 온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2공장을 건설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제2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현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50%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북미 배전·전력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충해 미국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로 이미 공급 부족을 겪는 미국 전력기기 시장의 공급자 우위를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생산된 장비의 시장 진입이 제한되면 검증된 비중국계 공급업체로 주문이 몰리면서 국내 업체들이 북미 매출 비중과 장기 수주잔고를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행정명령이 중국이나 특정 기업을 일률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수혜 범위는 후속 규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규제 대상 국가와 기업, 장비 등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120일 이내 관련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전력망 공급망의 보안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은 현지 사업을 확대해 온 국내 업체들에 긍정적”이라면서도 “향후 세부 규정에서 대상 국가와 기업, 품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