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결정'·'N% 성과급' 등 세부 쟁의 기준 사례별 명확화
노동계 "노동권 축소"·재계 "법적 효력 한계"…갈등 불씨 여전
정부가 현장에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노동쟁의 범위가 시행령 개정이 아닌 시행지침을 통해 구체화한다.
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불거질 수 있는 위헌 논란을 차단하고, 3개월 이상 소요되는 법정 절차 없이 산업 현장에 즉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각기의 이유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완전히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령이 아닌 시행지침에 담기로 청와대와 뜻을 모았다.
올해 3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쟁의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시행령 등을 통해 기준을 정하라"고 지시하며 하위법령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최종적으로 시행지침을 택한 결정적 배경에는 '즉시성'과 '법적 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관계기관 협의부터 입법예고, 규제 및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반면 시행지침은 발표 즉시 현장 적용이 가능해 불확실성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위헌 논란도 핵심 고려 대상이었다. 헌법 제75조에 따라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에 한정되지만, 현행 노란봉투법에는 명시적인 위임 조항이 없다. 법적 근거 없이 행정입법으로 쟁의 범위를 제한할 경우 행정부의 월권이나 위헌 시비로 번질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새롭게 마련될 시행지침에는 노동쟁의 범위에 대한 세밀한 판정 기준이 담긴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 변동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나, 이로 인한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등은 교섭 대상'이라는 해석지침을 낸 바 있다.
더욱 구체화한 실제 사례들도 추가된다. 가령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에 따른 전보 가능성을 이유로 쟁의를 주장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사례 등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을 전망이다. 아울러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명시된다.
노동부는 31일 노사 양측을 만나 새 지침의 취지를 설명할 계획이지만, 팽팽한 현장의 갈등을 단숨에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계는 행정지침으로 쟁의 범위를 좁히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축소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지침 수준으로는 법정으로 갔을 때 구속력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국회 차원의 근본적인 보완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행령에 권한을 위임하는 보완입법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