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대표 피로회복제로 자리매김한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얼박사’를 앞세워 새로운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기존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음료와 제로 슈거 제품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며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8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얼박사 제로’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캔을 넘어섰다. 앞서 출시된 얼박사도 출시 두 달 만에 GS25에서 270만 캔 이상 팔리며 전체 음료 매출 1위에 올랐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즐기던 음용법을 정식 제품으로 구현한 전략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얼박사는 박카스에 사이다와 얼음을 섞어 마시는 조합을 뜻한다. 찜질방과 PC방, 군대 등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으며 수험생과 직장인 사이에서는 재료를 섞는 최적의 비율이 공유되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이 같은 소비자 유행에 주목해 얼박사를 캔 형태의 완제품으로 선보였다. 타우린과 비타민B군 3종을 담고 탄산과 레몬 향을 더해 기존 박카스의 친숙한 맛과 에너지음료의 청량감을 결합했다. 피로회복제로 인식돼온 박카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에너지음료 시장까지 확장한 것이다.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녹기 전에’, 타코 전문점 ‘올디스타코’ 등과 협업하고 캐리비안베이에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여름철에 즐기는 에너지음료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제로 슈거 선호에 맞춰 얼박사 제로를 추가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얼박사 제로는 당류를 첨가하지 않았으며 355mL 기준 열량을 10㎉로 낮췄다. 당류와 칼로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까지 겨냥하며 얼박사 브랜드의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박카스가 세대를 넘어 높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세기 넘게 축적한 브랜드 자산이 있다. 박카스의 역사는 한국전쟁 직후인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뒤 영양 상태가 부실했던 시절, 물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영양 보충제이자 피로회복제로 등장한 박카스는 대한민국의 일상에 단숨에 녹아들었다.
이후 박카스의 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 산업화 과정과 궤를 같이했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에게 박카스는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상징적인 버팀목이었다. 이 시기 박카스를 마시며 일터를 지켰던 부모 세대의 경험은 자녀 세대로 이어지며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를 형성했다.
여기에 박카스만의 독창적인 광고 전략이 정점을 찍었다. 성분이나 효능을 직접 과시하는 경쟁사와는 다르게 박카스는 육아가정,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일상 속 피로를 견뎌내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브랜드”라는 정서적 공감대로 소비자들은 박카스라는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유통 구조의 변화도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약국 중심으로 판매되던 박카스는 2011년 이후 편의점과 일반 유통망으로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국내 제약사의 단일 제품으로 연 매출 2000억 원을 최초로 돌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박카스를 피로할 때 언제든 찾는 피로회복제로 각인시킨 순간이다.
장수 브랜드임에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 다변화도 이어졌다. 박카스D와 박카스F는 타우린 함량 차이를 두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으며, 카페인이 없는 ‘박카스 디카페’와 젤리 형태의 ‘박맛젤’, 얼려 먹는 ‘얼박’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30mL 용량의 ‘박카스O’를 출시해 휴대성과 간편성도 강화했다.
박카스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소비자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며 진화해 왔다.반세기가 넘는 헤리티지를 지킨 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박카스. 이 장수 브랜드는 N번째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