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실외 소음 사실상 80dB까지 허용 우려”
국토부 “적용 사례 많지 않아…공급 확대 중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동주택의 실외 소음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주거환경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면 창문을 닫아야 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이 늘어나 입주민의 건강과 주거 쾌적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준 완화로 실제 얼마나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지도 불분명해 공급 효과보다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주택 소음기준 완화,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재응 중앙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면 창문을 닫고 생활하도록 하는 것은 가혹한 기준"이라며 "신속한 주택 공급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민이 들어가서 살 만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9·7 공급대책을 통해 사업부지 면적과 관계없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택법상 소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한다. 기존에는 30만㎡ 이상 사업지의 경우 환경법령에 따라 층수와 관계없이 실외 소음도(주간 65dB·야간 55dB 미만)를 적용받았다. 반면 주택법은 1~5층에는 실외 소음도 65dB 미만, 6층 이상에는 실내 소음도 45dB 미만을 적용한다. 실내 소음은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측정하는 만큼 고층부에서는 환경법령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민간 주택사업은 사업 여건에 따라 환경법과 주택법상 소음 기준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공공주택은 대지면적과 관계없이 주택법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고층부의 실외 소음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교수는 창호의 방음 성능을 전제로 실내 소음만 규제할 경우 실제 주거환경에서는 훨씬 높은 외부 소음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아파트 이중창이 외부 소음을 약 35dB 줄인다고 가정하면 실내 기준인 45dB을 충족하면서 이론적으로 외부 소음은 80dB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80dB은 철로 인근이나 지하철, 헤어드라이어·진공청소기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특히 창문을 열 경우 소음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 완화에 따른 공급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국토교통부는 사업별 차이가 있어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일부 사례에서 공급 가구 수가 약 10%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추가 공급 가구 수는 불확실하지만 건강·분쟁·재정 비용은 장기간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의 정온한 생활환경을 보장하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소음 타이어와 저소음 포장 등 소음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대책도 주문했다.
환경 분야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선효성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에너지평가실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실내공기질과 감염병·폭염 대응 과정에서는 자연환기를 권고하면서 주택 소음 정책에서는 창문을 닫는 것을 전제로 한 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 연구위원은 "이 기조대로 계속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현재 아파트에서 많이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성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선교통환경처 팀장은 주거 쾌적성과 함께 주택 공급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정온한 주거환경만큼이나 주택 공급 확대라는 미션이 중요하다"며 교통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서 부담 가능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일정 부분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토부도 제도 개편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연주 국토부 주택건설운영과 서기관은 새롭게 영향을 받는 30만㎡ 이상 공동주택 사업은 통상 8000~9000가구 규모로 국내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서기관은 "새로 적용되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은 것은 아닐 수 있다"며 "국토부 장관도 '10채라도 만들어내자, 100채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3가구, 5가구라도 더 넣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