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붙이고 정확히 골라낸다”…AI가 바꾸는 ADC 개발 공식

입력 2026-08-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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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결합 위치 정밀설계하고 치료 환자 선별…독성 예측·재발 추적까지 활용 확대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에 많은 참관객이 발표를 듣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에 많은 참관객이 발표를 듣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항체가 암세포의 어느 부위에 어떻게 결합할지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치료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큰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방식이다. 독성 예측과 치료 후 재발 추적까지 ADC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데이터 활용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콘퍼런스’에서는 ADC의 효능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항체공학과 AI 병리, 전장유전체분석(WGS), 미세잔존질환(MRD) 검사 등의 활용 전략이 공유됐다.

박태용 갤럭스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항체가 표적의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를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타깃을 겨냥하더라도 결합 위치와 각도에 따라 항체가 암세포 내부로 들어가는 내재화(Internalization)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럭스는 AI로 설계한 PD-L1 항체에서 기존 항체인 아테졸리주맙보다 높은 내재화 수준을 확인했다. KRAS G12V와 EGFR S468R 등 아미노산 하나의 차이를 구별하는 항체도 설계했다. 다만 박 대표는 “AI가 항체 발굴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통적인 항체 발굴 기술과 결합해 AI가 풀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는 결합력이 높은 항체가 반드시 ADC에 적합한 항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타깃 결합력이 비슷한 항체들도 실제 세포독성에서는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결합력이 낮은 항체가 오히려 더 잘 내재화되는 사례도 있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DC ‘ABL209’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와 점액성 당단백질인 MUC1을 동시에 표적한다. EGFR 결합력은 세툭시맙보다 약하지만 세툭시맙 기반 ADC와 비교해 우수하거나 유사한 항암효과를 보였다. 정 이사는 “ADC는 결합력만으로 효능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실제 세포독성과 동물모델 효능을 토대로 항체를 선별하고 장기적으로는 AI가 복잡한 변수 분석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ADC 독성이 페이로드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항체와 표적, 링커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항체와 표적, 링커, 약물의 체내 분포와 방출 방식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페이로드를 탑재한 이중 페이로드 ADC도 시도되고 있지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사람에게 나타날 독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독성이 발견되면 발생 원인을 규명한 뒤 항체와 링커, 페이로드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홍 에이비스(AIVIS) 대표는 ADC 치료 대상이 HER2 저발현과 초저발현 환자까지 확대되면서 AI 병리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기존에 HER2 음성으로 분류됐던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이 열렸지만 사람의 눈으로 미세한 발현 차이를 일관되게 판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AI는 암세포와 세포막·세포질을 구분하고 염색 강도를 수치화해 병리 판독을 보조한다. 이 대표는 “AI가 병리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발현을 찾아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향후 ADC 치료 환자를 선별하는 AI 동반진단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석 이노크라스 대표는 WGS를 활용하면 기존 패널검사에서 놓친 변이와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치료 이후에는 혈액 속 종양 유래 DNA를 분석하는 MRD 검사로 치료 반응과 재발 가능성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노크라스는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해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보다 경제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며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검사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DC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 기술만으로 후보물질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항체와 링커·페이로드뿐만 아니라 AI 설계와 환자 선별, 독성 예측, 치료 후 재발 추적까지 연결하는 역량이 차세대 ADC 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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