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2개 부처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총 17개 부처에 흩어진 총 472개 사업(25조5000억원)의 성과와 필요성을 분석해 통폐합ㆍ폐지ㆍ감액 작업을 거쳐 232개 사업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예산 절감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다시 신산업 분야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데 투입한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27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방안’과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중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등 22개 부처가 운영 중이다. 올해 기준 671개, 총 31조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유사·중복 사업, 소액·나눠주기, 저성과·관행적 사업 등이 이어지면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효율화 작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3월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같아서 빗어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인 효율화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중기부 전체 사업(259개, 16조5000억 원) 및 인프라성 지원 사업, 올해 신규 사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총 17개 부처의 472개 25조5000억원을 효율화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32개 사업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88개 사업을 통폐합 또는 폐지하고, 144개사업을 감액해 총 4조원의 절감한다.
중기부는 그간 지적돼온 유사ㆍ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사업 수를 19개 감축해 2조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전 K-스타트업, 예비창업패키지 등 여러 예비창업 사업을 ‘모두의 창업 지원사업’으로 일원화해 운영비 등 764억원의 예산을 줄였다.
소액·나눠주기식 지원을 탈피한다. 50억원 미만 소액사업은 기존 196개 중 53개를 감축한다. 이를 통해 예산 규모를 4265억원에서 1309억원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업당 5000만원 미만을 지원하는 나눠주기 사업(106개, 6조원)도 12개사업을 폐지하고, 32개 사업을 감액해 총 2760억원을 절감한다.
저성과·관행적 사업도 조정한다. 2023~2026년 ‘중소기업 지원사업 성과평가’ 결과가 미흡한 83개 사업(2조8000억 원) 중 13개 사업을 폐지하고, 31개 사업을 감액해 총 4819억원 규모의 예산을 줄이게 됐다. 불필요해진 관행적 사업도 정리해 53개 사업을 폐지 또는 감액해 8452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중기부 중소기업 정책자금 구조개편을 통해 고업력기업 중심의 지원예산 2677억원을 절감, 이를 혁신 창업기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렇게 절감한 4조원을 중소기업 지원 관련 고성과 사업과 핵심 사업 등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유망 중소기업에 디렉팅·오픈바우처·네트워킹 등을 3년간 지원하는 도약(JUMP-UP) 프로그램을 3단계로 확장하고, 관련 예산을 올해 595억원에서 내년에 1642억원으로 1000억 원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비수도권을 인구감소, 낙후도 등을 고려해 3개로 그룹화한 뒤 국비 지원 한도와 국비·지자체 매칭 비율 등을 차등 우대할 계획이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꼭 필요한 곳에 재투자하는 것이 이번 효율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도 육성한다.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등 4개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분야들이 전통 대기업보다는 벤처·스타트업이 빠른 기술·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추세를 고래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관계부처가 함께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300개사를 매년 발굴할 계획이다. 신기업에는 전문 컨설팅과 함께 사업화·금융·수출·인력·기술개발(R&D) 등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을 묶음으로 최대 5년간 100억원 이상 지원한다.
눈에 띄는 점은 2년간 우선 지원한 후 단계별 목표(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평가해 3년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중기부 측은 "과감한 묶음 지원을 위해 기획예산처와 중기부는 해당 프로젝트에 내년에 2388억원의 예산을 정부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와 관계부처는 6월 발표한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방향’에 이어 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분야에 대해서도 분야별 대책을 마련하여 10월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성장 분야의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실질적 성과를 반드시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