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계획 변경 거쳐 데이터센터 부지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출발한 전남 해남 솔라시도 사업이 20여년 만에 데이터센터·첨단산업단지로 변화하고 있다. 당초 약속한 관광·문화시설 보다는 골프장 위주로 개발됐고, 사업자가 확보한 토지는 결국 대기업의 AI 인프라 사업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화·관광도시를 내세운 개발사업이 본래 취지를 잃고 민간 사업자의 토지 매각으로 귀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본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솔라시도 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은 관광·레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산업단지를 거쳐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수차례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됐던 테마파크와 마리나, 숙박·주거·교육시설 등은 상당 부분 조성되지 않거나 계획에서 제외됐다.
솔라시도 사업은 2006년 시작됐다. BS그룹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총 2186만㎡(약 661만평)의 부지를 확보해 개발에 나섰다. 토지 매입비는 2780억원이었다.
현재 이곳에는 삼성SDS가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SDS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솔라시도는 처음부터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를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기획됐다.
2006년 사업이 시작됐고, 이듬해 설립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 총 2186만㎡, 약 661만평의 부지를 확보해 개발에 나섰다. 토지 매입비는 2780억원이었다. 관광과 산업·연구 기능을 비롯해 주택·교육·의료·문화시설을 갖춘 자족형 복합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당초 구상이었다.

그러나 테마파크와 마리나, 숙박시설, 주거·교육시설 등 핵심 사업은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F1 경기장이 조성됐지만 기반시설과 운영 여건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고, 카지노 역시 계획에 그쳤다. 현재는 골프장 정도만 대표적인 관광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시대별 정책에 따라 사업 방향은 또 달라졌다. 2016년 이후 친환경·저탄소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태양광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2024년에는 정부 지역공약사업과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 계획에 따라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발전단지로 다시 전환됐다. 데이터센터 입주에 필요한 변전소도 계획에 추가됐다.
결국 사업 시작 20년이 지나도록 핵심 시설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개발 목적만 수차례 바뀐 것이다.
BS한양 측은 “현재 활성화가 다소 저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도시 조성을 명분으로 낮은 가격에 확보한 대규모 부지의 가치가 골프장과 국책 에너지사업을 거치며 상승했고, 그 과실이 대기업 대상 토지 매각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는 토지 거래 가격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해남군은 2023년 12월 BS그룹의 SPC로부터 7만2000㎡ 규모의 부지를 평당 55만원, 총 119억원에 매입해 일부를 김치원료공급단지로 조성했다. 이를 두고 주변 토지 거래가격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해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구자근 의원은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당시 취지는 민간기업이 자발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산업·연구·관광·레저분야 등 직접 개발·운영한다는데 있었다”면서 “그러나 기업이 제대로 투자한 것은 미미하고, 국책사업을 통한 부동산 수익만 노리는 것 아닌지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