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부산, 사회연대경제로 도시의 약점 뒤집는다

입력 2026-08-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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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 부산보건대와 산학협약

▲2026년 산학협력 업무협약에서 부산보건대학교-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가 3자 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보건대학교)
▲2026년 산학협력 업무협약에서 부산보건대학교-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가 3자 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보건대학교)

부산이 안고 있는 고령화와 지역소멸, 돌봄 공백이라는 현실을 사회연대경제로 풀어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와 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가 부산보건대학교와 손잡고 재생에너지와 통합돌봄, 사회주택, 지역순환경제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지·산·학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부산보건대가 추진하는 RISE사업 등 대학이 보유한 교육·연구·인적자원을 지역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현장 경험과 결합해 지역 문제를 지역 안에서 해결하는 협력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부산이 직면한 고령화와 돌봄, 주거, 에너지 문제를 하나의 틀에서 바라보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양측의 구상이다.

이번 협약이 주목받는 것은 사회연대경제를 둘러싼 국가적 제도 기반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사회적협동조합 등 그동안 개별 법령과 부처별 정책으로 흩어져 있던 조직을 포괄하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통과됐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양극화와 지역소멸, 일자리 부족, 돌봄 공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연계·조정하는 한편, 투자·융자·보증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금융 제도화와 공공기관의 사회연대경제 조직 생산품·서비스 구매 촉진 등의 내용도 담겼다.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 관건은 지역에서 이를 어떻게 실질적인 사업과 일자리, 주민 서비스로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부산은 사회연대경제의 규모도 작지 않다.

부산의 사회연대경제기업은 2025년 기준 278개사, 종사자 3127명으로 파악된다.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자활기업·공유기업 등을 포함한 부산시 사회적경제 전체로 확대하면 1574개사, 고용인원 7948명에 달한다.

이들 조직이 단순히 취약계층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주체로 역할을 넓힐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사회연대경제 부산협의회는 부산사회적경제포럼과 부산경남사회주택협회, 부산돌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 국민에너지 전국회의 부산위원회, 부산경제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회연대경제 전국회의 부산위원회, 햇빛소득마을네트워크 부울경협의회 등 업종·유형별 협의체가 모여 출범한 조직이다.

안혜경 부산돌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정윤식 부산사회적경제포럼 대표, 김대오 부산경제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대표, 이광국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부산사회주택협의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는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어반브릿지㈜ 이광국 대표가 회장으로 연임돼 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부산보건대와 손잡은 데는 부산의 독특한 도시 구조도 작용했다.

부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령도시인 동시에 항만·수산·해양이라는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갖고 있다. ‘노인과 바다’라는 다소 역설적인 부산의 현실을 오히려 새로운 도시 경쟁력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노인 돌봄을 복지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고 지역 일자리와 의료·복지서비스로 연결하고, 여기에 사회주택과 재생에너지, 지역순환경제를 결합하면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다시 지역에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부산보건대와 현장 기반의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결합할 경우 시니어 돌봄과 일자리, 지역 의료·복지서비스를 연계한 부산형 통합돌봄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부산사회연대경제협의회와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는 부산보건대와 함께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시니어와 해양이 주축이 되는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협약의 시험대는 협약서에 담긴 사업의 숫자가 아니다.

부산이 가진 고령화와 지역소멸을 비용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돌봄과 일자리, 주거, 에너지, 해양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지역경제를 만드는 기회로 바꿀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으로 제도적 문이 열린 만큼, 부산이 이를 얼마나 빠르게 지역 현장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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