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상장폐지 기준 강화,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시장 전반의 제도 개선에 나섰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부실기업을 퇴출하고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이오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업계도 정부의 시장 개선 취지에는 공감한다. 바이오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실기업까지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 일부 기업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바이오와 무관한 산업에 진출하거나 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또 10년 넘게 같은 임상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도 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면 오히려 바이오 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이 제도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느냐다. 바이오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성장 방식이 다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고 상업화에 성공하기 전까지 별다른 매출 없이 연구개발비만 투입되는 경우가 흔하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 적자를 내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고도 상업화 전까지 적자를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을 단기 매출과 시가총액, 주가만으로 평가하면 연구개발 중심 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과 자금조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기준이다.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과 미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장기간 투자하는 기업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 잡초를 걷어내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까지 뽑지 않도록 어떤 기준으로 옥석을 가릴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코스닥 시장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 혁신기업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