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후] 군과 정부의 '안보 자해'

입력 2026-08-25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한민국 안보 최전선에 ‘AI 경계병’을 투입하겠다는 군의 계획은 인구절벽 파고가 철책까지 덮치고 있음을 반영한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인공지능(AI)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2만2000명인 최전방 경계초소(GOP·일반전초) 배치 병력을 6000명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우려도 있지만 2040년 병력이 35만 명까지 급감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미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병력을 대체할 ‘AI 경계병’에게 요구되는 ‘스펙’은 명확하다. 철책에 접근하는 ‘적(사람)’을 정확히 식별해 경보하는 것이다. 당초 우리 군은 2011~2015년 동·서부 지역에서 1차 과학화경계사업을 실시했다. CCTV·센서 등을 활용해 병력의 육안에만 의존하는 경계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탐지 능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바람소리에도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았다. ‘오경보’가 반복되면서 안보 불감증이 번졌고, 진짜 적이 침입했을 때 경보를 무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계시스템이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사이 ‘점프 귀순’, ‘헤엄 귀순’, 재입북 등 적(사람)은 우리 철책을 제집 드나들 듯 넘나들었다.

군은 AI를 도입해 경계실패를 만회하겠다고 했다. 정상적인 군이라면 오경보가 없는 경계시스템 구축을 우선해야 했지만 우리 군은 그렇지 않았다. 본사업 평가항목에서 동물·바람소리에 따른 경보를 ‘불필요한 경보’로 분류하고 성능 평가에서 제외했다. 군 출신들은 “불필요한 경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 사업 참여 업체들의 경계장비가 동물·바람소리를 못 걸러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군이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대신 스스로 경계 기준을 낮춘 것이다. 과학화경계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불안한 경계’에 다름 아니다.

‘안보 자해’는 한미동맹에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단순 수사를 넘어선 지 오래다. 북은 최소 수십 개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중거리·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핵탄두 투발 수단도 다양화하고 있다. 전방에 240mm·600mm방사포도 배치했다. 올해 헌법을 개정해 핵 사용 문턱도 낮췄다.

애초 비핵화 의지가 없던 북에 시간만 벌어준 사이 남북 군사력 균형은 무너졌다. 한국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를 되뇌는 건 현실을 외면한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 핵 없는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해야만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마주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한미동맹을 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한미 정례 연합연습(UFS)가 훈련 시작 하루 만에 반토막났다. 억제력과 방위태세의 근간인 연합연습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이다. 김정은과 쇼를 벌이려는 트럼프가 지시했지만, 이재명 정부도 연합훈련 조정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드러내왔다.

여기저기 눈치만 보는 ‘실용외교’도 거래적 동맹관을 지닌 트럼프에게 한미관계 값어치를 낮추는 빌미를 줬다. 안보와 통상 가릴 것 없이 마찰을 빚었고, 미국의 최대 현안인 대중 견제 전선에서 딴청을 부렸다. 그런데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침묵했고, '남북 두 국가'라고 했다. 우리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한국은 핵 협상력을 키운 북에 맞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대신 대비태세를 약화시키고 있다. 종전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위험한 평화’에 다름 아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제주 실종 장미란 씨 추정 시신 발견…숙소서 10분 거리
  • 순익 75% 급감에도 AI 올인⋯알리바바, ‘14조원’ 홍콩 사상 최대 증자 [미·중 AI 투자전 ①]
  • 음주 멀리하는 이유 1위, 건강도 돈도 아닌 '안 좋아해서' [데이터클립]
  • 삼전 8% 급락에 코스피 3.12% 내린 6696.96 마감…코스닥은 1.42% 상승
  • 서울시민 63.9% "용산공원 공공주택 공급 반대"
  • 단독 포스코 노조, 노동부에 쟁의행위서 제출…‘9월1일·1만명’ 적시
  • 다시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추가 파업 갈림길
  • 보유세 강화→감세→다시 증세…정권 따라 바뀐 ‘稅공식’ [정권별 부동산 세제 변천사 上]
  • 오늘의 상승종목

  • 08.2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8,676,000
    • +2.18%
    • 이더리움
    • 3,418,000
    • +1.27%
    • 비트코인 캐시
    • 373,200
    • -1.09%
    • 리플
    • 2,039
    • -2.39%
    • 솔라나
    • 133,600
    • +2.3%
    • 에이다
    • 304
    • -2.56%
    • 트론
    • 473
    • +0.42%
    • 스텔라루멘
    • 267
    • -2.9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990
    • -1.63%
    • 체인링크
    • 16,000
    • +0.57%
    • 샌드박스
    • 48.29
    • -21.7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