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3년 만에 신작 ‘서리꽃’ 펴내...“사랑은 삶을 존속시키는 희망”[현장]

입력 2026-08-24 1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자본·권력에 무너진 삶 그려…“단순한 사랑 이야기 아냐”
반 고흐 자취 따라 유럽 현지 취재…“장편은 아마 마지막”

“사랑은 우리 인간이 삶을 존속해 나가는 데 희망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가 56년의 작품 활동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장편소설 ‘서리꽃’을 펴냈다. 한 남녀의 관계를 따라가면서 사랑이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는지 살피고, 그 이면에는 자본과 권력에 짓눌리는 개인의 현실을 포개 놓았다.

조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생을 마무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원했던 사랑 이야기를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며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서리꽃’은 조 작가가 ‘황금종이’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500만 부를 넘어선 그는 최근 10여 년 동안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 ‘황금종이’ 등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소설로 풀어왔다.

이번에는 젊은 남녀의 사랑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파고든다. 소설은 대학 시절 시화전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이재이와 윤소인이 5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시작된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이 앞에 나타난 윤소인은 아버지를 잃은 뒤 가족에게 남은 빚을 갚느라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상태다. 오랜 시간 윤소인을 마음에 품어온 이재이는 그를 돕기 위해 자신의 삶까지 내걸고, 두 사람의 관계는 잇따른 시련을 거치며 깊어진다.

조 작가는 “이번 사랑 소설도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고 깨끗하고 튼튼한 주제가 확실하고 분명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사랑을 앞세운 작품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개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문제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조 작가는 사랑 자체에 대해 인간이 고난을 견디게 하는 ‘희망’에 빗댔다. 그는 “사랑은 우리의 삶을 수행하는 희망과 같은 또 하나의 힘”이라며 “자본주의가 아무리 험악해도 이 소설처럼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사랑에 대한 영원성의 확신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두 사람을 처음 이어주는 것은 시와 그림이다. 대학 시절 이재이가 시화전에 내놓은 시를 접한 미대생 윤소인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해 시화를 완성한다. 이를 계기로 윤소인에게 마음이 향한 이재이는 제대로 감사의 뜻조차 전하지 못한 채 유학을 떠난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을 만든 시와 그림은 재회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에서도 주요 소재로 이어진다.

조 작가는 반 고흐를 작품에 생생하게 담기 위해 유럽 현장을 직접 찾았다.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을 방문해 오르세 미술관과 반 고흐 미술관, 오테를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을 둘러봤다. 현장을 다니며 수첩 4권에 걸쳐 메모와 그림을 남겼고, 이렇게 축적한 취재 결과를 소설 속 두 주인공의 여정에 반영했다.

‘서리꽃’은 조 작가가 쓰는 마지막 장편이 될 수도 있다. 올해 84세인 그는 56년 동안 67권의 책을 펴내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 온 만큼 앞으로는 장편 집필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좀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조 작가는 “앞으로 장편소설은 아마도 이게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지금까지는 100m를 달리는 식으로 마치 투쟁하듯 문학과 대적해 왔다”고 말했다. 장편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단편을 다시 쓰고,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쌓인 생각도 글로 풀어낼 계획이다. 아내와 함께 취재 목적이 아닌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긴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타고난 능력보다 꾸준함을 꼽았다. 56년 동안 작가로 살아오면서 한결같이 지켜온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력’을 꼽았다. 조 작가는 “작가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절대 믿은 적이 없다”며 “조금이라도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갈고닦아서 개발해낼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문학에 대해서도 인간의 상상력에 무게를 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인간의 여러 일을 대신하더라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인간의 상상력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소설 쓰는 일은 못 한다”며 “인간이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AI가 따라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리꽃’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제주 실종 장미란 씨 추정 시신 발견…숙소서 10분 거리
  • 순익 75% 급감에도 AI 올인⋯알리바바, ‘14조원’ 홍콩 사상 최대 증자 [미·중 AI 투자전 ①]
  • 음주 멀리하는 이유 1위, 건강도 돈도 아닌 '안 좋아해서' [데이터클립]
  • 삼전 8% 급락에 코스피 3.12% 내린 6696.96 마감…코스닥은 1.42% 상승
  • 서울시민 63.9% "용산공원 공공주택 공급 반대"
  • 단독 포스코 노조, 노동부에 쟁의행위서 제출…‘9월1일·1만명’ 적시
  • 다시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추가 파업 갈림길
  • 보유세 강화→감세→다시 증세…정권 따라 바뀐 ‘稅공식’ [정권별 부동산 세제 변천사 上]
  • 오늘의 상승종목

  • 08.2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8,405,000
    • +1.94%
    • 이더리움
    • 3,410,000
    • +1.25%
    • 비트코인 캐시
    • 373,000
    • -0.85%
    • 리플
    • 2,037
    • -2.26%
    • 솔라나
    • 134,200
    • +2.52%
    • 에이다
    • 303
    • -2.57%
    • 트론
    • 474
    • +0.42%
    • 스텔라루멘
    • 266
    • -2.56%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960
    • -1.63%
    • 체인링크
    • 15,980
    • +0.88%
    • 샌드박스
    • 47.95
    • -22.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