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넷플릭스 10년… 우리 IP로 승부해야

입력 2026-08-21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K콘텐츠 210건 ‘글로벌 톱10’ 쾌거
제작비 인플레에 대형 제작사만 웃음
수익배분 표준화… 추가보상 논의를

한국 넷플릭스가 10년을 맞이했다. 넷플릭스가 막 들어왔을 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찻잔 속 태풍이라고들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보기 좋게 뒤집혔다. 그동안 국내 월간 이용자는 1,400만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가 방영한 한국 콘텐츠 210건이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우리는 지금 세계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에 매료된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세계 수준으로 높아졌다. 넷플릭스의 데이터베이스는 국가의 장벽을 허물고 문화의 시차를 없애 버렸다. 과거 한류는 한국을 알리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국을 알아야만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는 지나갔다. 달고나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까치호랑이가 무슨 뜻인지 몰라도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세계인이 넘쳐난다. 한국 콘텐츠가 국경을 넘는 방식이 바뀐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성취다.

창작의 문법도 바뀌었다. 세계에 통하려면 한국의 색깔을 덜어내야 한다는 오랜 강박이 깨졌다.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가장 멀리 날아가는 상황이 됐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경쟁을 그렸지만, 세계는 이를 자신의 이야기로 독해했다. 물론 장벽이 한쪽으로만 무너진 건 아니다. 한국 시청자 역시 미국과 일본과 태국의 드라마를 본다. 콘텐츠는 이렇게 플랫폼 위를 넘나들면서 세상을 연결한다.

그렇지만 넷플릭스 10년이 남긴 숙제도 만만찮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안긴 가치는 9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국 제작사는 덕을 보지 못했다. 넷플릭스 측은 올해 초 ‘오징어 게임’이 후속 시즌 제작을 통해 제작사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익의 직접 분배 대신 후속 시즌을 맡기는 방식으로 보상이 이뤄졌다는 말이다.

물론 선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선지급하고 통상 10~20%의 이윤을 보장한다. 제작사는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이윤을 남긴다. 광고 판매와 편성에 목을 매던 시절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조건이다. 이는 위험을 감추는 대신 안정을 사는 구조다. 거꾸로 보면 손실을 보호받는 대신 최대의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사이 제작비가 폭등했다. 2019년 ‘킹덤’의 회당 제작비는 2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수리남’은 58억 원에 이르렀다. 지상파의 평균 제작비가 5억~15억 원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작지 않은 격차다. 제작비 인플레이션은 대형 제작사 몇몇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도록 만들었다.

한때 한국 콘텐츠의 가장 큰 무기였던 가성비는 이제 사라졌다. 관련 보고에 따르면 일본과 태국은 훨씬 낮은 가격으로 비슷한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싸게 잘 만든다는 이유로 한국을 선택했던 글로벌 플랫폼의 정당성은 절반을 잃어버렸다. 최고의 성과를 포기하고 안정을 샀지만, 만일 안정이 흔들린다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보게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소니가 만들었지만, 권리는 넷플릭스로 넘어갔다. 소니는 IP를 포기했다. 그러나 한국은 애초에 IP를 가져본 적이 없다.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IP를 가져야 한다.

IP를 갖자는 말은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단일한 매매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후속 수익 배분을 표준화해야 한다. 콘텐츠가 일정한 성과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추가 보상이 발생하는 계약이 필요하다. 선물 같은 제작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아가 성과 지표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글로벌 톱에 오른 콘텐츠가 몇 편인지를 세어왔다. 그러나 이런 뿌듯한 숫자의 이면에는 이윤의 배분, 재투자 금액, 후속 사업 매출이라는 숫자가 웅크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이야기를 세계로 실어 나른 공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콘텐츠를 세계로 뻗어나가는 화물로 간주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선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난 10년은 우리의 이야기가 세계로 실려 간 시간이었다. 다음 10년은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삼성전자도 주주환원 기대감 시장선 100조 이상 관측까지…구체적 규모는 미정
  • 외국인 1.7조 순매수에 삼전닉스 폭주…코스피 5.9% 급등
  • 바오家 네 자매의 다른 시간, 푸바오가 남긴 걱정 [해시태그]
  • '강남3구' 힘 빠졌는데 서울 집값은 더 올랐다
  • 추석 해외여행 어디갈까…일본·베트남·중국 등 근거리 '인기' [데이터클립]
  • 단독 CJ CGV, 美 4D플렉스 법인 나스닥 상장 추진
  • SK하이닉스 노사, 성과급 60% 주식 지급…구성원·주주·사회 함께 성장
  • 용산공원도 국제업무지구도 평행선…김윤덕·오세훈 다음주 다시 만난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8.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226,000
    • +5.03%
    • 이더리움
    • 3,196,000
    • +2.08%
    • 비트코인 캐시
    • 304,100
    • +3.82%
    • 리플
    • 1,738
    • +13.15%
    • 솔라나
    • 120,600
    • +1.69%
    • 에이다
    • 273
    • +5%
    • 트론
    • 468
    • +2.63%
    • 스텔라루멘
    • 250
    • +6.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900
    • +6.36%
    • 체인링크
    • 14,560
    • -1.15%
    • 샌드박스
    • 59.94
    • +5.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