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으론 못 버틴다”…소부장 13곳이 말한 ‘기술 다음의 숙제’ [기술 속국 탈출기]

입력 2026-08-21 0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6-08-2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소부장 기업들이 말하는 현실 장벽들
해외 레퍼런스 확보에 어려움
“소자기업-소부장 함께 성장해야”

(그래픽=AI 생성)
(그래픽=AI 생성)

“해외 대형 팹은 철저히 검증된 양산 실적을 요구합니다. 국내 팹 공급 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현지 진입 자체가 어렵고, 현지 대응 거점을 구축하는 초기 투자 부담도 큽니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양산 실증과 사업화,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대표들은 기술력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제품을 개발한 뒤 실제 양산라인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상승과 원자재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내 소부장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20일 본지가 최근 진행한 소부장 기업 13곳 인터뷰에서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숙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양산 검증 기회와 해외 레퍼런스 확보, 선단 공정 중심의 기술 전환,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이다. 개별 기업의 사업 분야는 달랐지만 기술 개발 이후 상용화와 시장 진입 단계에서 더 큰 벽을 마주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었다.

대표들이 가장 큰 현실적 장벽으로 꼽은 것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양산 실적이다. 제조사들은 수율과 생산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협력사의 장비나 소재를 쉽게 채택하지 않는다. 글로벌 양산 레퍼런스와 현지 대응 인프라가 없으면 아무리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도 평가 대상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충분한 공급 이력을 쌓지 못하면 해외 고객사를 뚫기 어렵고, 해외 실적이 없으면 다시 국내외 대형 고객사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자기업의 상생 의지가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신규 협력사에 대한 테스트 문호는 여전히 좁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 공급업체 위주의 구조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국산화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액의 상당 부분은 해외 장비업체로 흘러가고 국내 소부장 기업에 돌아오는 몫은 제한적”이라면서 “정부 재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소자기업이 이익을 출연해 소부장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국내 기업이 개발할 수 있도록 과제를 맡긴 뒤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재 국산화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가 맞물리면서 다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광물과 소재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는 국내 소재기업은 조달 불안과 가격 변동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당시 우리 정부와 업계가 소부장 국산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공급처 다변화와 기술 자립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으로는 공급망 위험을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훈 켐트로스 대표는 “소재 국산화는 단순한 수입 대체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생명줄을 지키는 일”이라며 “포토레지스트 핵심 소재인 폴리머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전체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결국 13개 기업 대표들이 말한 ‘기술 다음의 숙제’는 개발한 제품을 실제 생산라인에서 시험하고, 양산 실적을 쌓아 세계 시장의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길을 여는 일이다.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뿐 아니라 소자기업의 평가 기회 확대와 정부의 실증·사업화 지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본지는 올해 말 소부장 기업과 정부·학계·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 현장의 어려움과 정책적 요구를 폭넓게 청취하고, 국내 소부장 생태계가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과 해외 진출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삼성전자도 주주환원 기대감 시장선 100조 이상 관측까지…구체적 규모는 미정
  • 외국인 1.7조 순매수에 삼전닉스 폭주…코스피 5.9% 급등
  • 바오家 네 자매의 다른 시간, 푸바오가 남긴 걱정 [해시태그]
  • '강남3구' 힘 빠졌는데 서울 집값은 더 올랐다
  • 추석 해외여행 어디갈까…일본·베트남·중국 등 근거리 '인기' [데이터클립]
  • 단독 CJ CGV, 美 4D플렉스 법인 나스닥 상장 추진
  • SK하이닉스 노사, 성과급 60% 주식 지급…구성원·주주·사회 함께 성장
  • 용산공원도 국제업무지구도 평행선…김윤덕·오세훈 다음주 다시 만난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8.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072,000
    • +5.42%
    • 이더리움
    • 3,194,000
    • +3.4%
    • 비트코인 캐시
    • 303,500
    • +4.08%
    • 리플
    • 1,726
    • +14%
    • 솔라나
    • 120,600
    • +2.46%
    • 에이다
    • 273
    • +5.81%
    • 트론
    • 468
    • +2.63%
    • 스텔라루멘
    • 249
    • +6.4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890
    • +5.85%
    • 체인링크
    • 14,610
    • -0.48%
    • 샌드박스
    • 60.04
    • +6.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