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농사는 휴직이 안되고 육아엔 퇴근이 없다

입력 2026-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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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를 쓰고, 출산 후에는 육아휴직을 신청한다. 이제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농촌은 어떨까.

아이를 낳은 여성농업인에게도 출산은 똑같이 찾아오고 육아는 똑같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촌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를 떠올리면 질문부터 달라진다.

“그동안 농사는 누가 짓지?” 농업은 휴직할 수 있는 직장이 아니다. 밭은 기다려주지 않고, 가축은 돌봄을 이유로 일을 멈추지 않는다. 수확철은 아이가 아픈 것을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물론 여성농업인을 위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출산바우처를 지원하고, 출산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공백을 줄이기 위한 농가도우미 사업도 운영한다. 꼭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출산 직후의 농작업을 도와주는 것과 아이를 낳은 뒤에도 농업인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이가 아프면 누가 돌볼 것인가. 농번기에 어린이집이 끝난 뒤에는 누가 아이를 맡을 것인가. 부부가 모두 농업인이라면 누가 농사를 멈추고 아이를 돌볼 것인가.

요즘 직장에서는 아빠도 육아휴직을 한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아빠 농업인이 일을 몇 달간 멈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남편이 농사를 쉬면 아내의 일이 늘고, 아내가 농사를 쉬면 남편의 일이 늘어난다. 직장에서는 육아휴직이 권리지만, 농촌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선택이다. 그래서 젊은 여성농업인에게 출산은 단순한 경력단절이 아니다.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농사는 휴직할 수 없고, 육아는 퇴근할 수 없다. 여성농업인은 밭에서 돌아와 다시 가사와 돌봄을 시작한다. 그런데 농업노동과 가사, 돌봄이 각각 다른 통계로 흩어지면서 정작 한 사람이 감당하는 전체 노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출산한 여성농업인에게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를 낳은 농업인이 5년 뒤에도 농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출산 지원과 농가도우미도 필요하다. 하지만 농번기 돌봄, 농촌의 보육서비스, 부부 농업인의 공동육아, 아빠 농업인의 육아 참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청년농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농지와 자금, 교육을 지원한다. 하지만 청년농의 정착은 농업경영체 등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농사를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농촌소멸을 걱정하면서 청년을 불러오고, 아이를 낳은 청년농에게 “그동안 농사는 누가 짓지?”라고 묻는다면 우리의 청년농 정책은 절반만 설계된 것이다.

여성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농촌이다. 아빠도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엄마도 농사를 계속할 수 있는 농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진짜 청년농의 농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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