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때 파편 통해 물 존재 여부 연구해
인공 물체만 약 3000개⋯무게만 200t

달 표면에 또 하나의 ‘구멍’이 생겼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달과 충돌하면서 생긴 잔해다. 달 표면에는 우주탐사 과정에서 때때로 의도적인 구멍도 생긴다. 인류는 왜 달 표면에 구멍을 남길까.
22일 미 항공우주국(NASA)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NASA의 LRO(달 정찰궤도선)이 새로운 충돌구를 촬영했다. 이달 5일 달과 충돌한 팰컨9 로켓의 상단부가 만든 구멍이다.
팰컨9 로켓은 작년 1월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 1’을 싣고 지구를 떠났다. 탐사선의 우주행을 도왔던 팰컨9 로켓은 이후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 채 우주를 떠돌았다. 그렇게 1년 6개월여 만에 달과 충돌했다. 새로 생긴 구덩이의 너비는 약 18m, 깊이는 3m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류가 달에 구멍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주개발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수십 년 동안 인간이 달 표면에 바퀴 자국과 착륙선 흔적 그리고 충돌구를 차곡차곡 만들어왔다.
NASA의 달 정찰궤도선은 미국뿐 아니라 옛 소련과 중국, 인도, 이스라엘 탐사선의 착륙 또는 추락 지점까지 촬영 중이다.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남긴 발자국과 마지막 세 차례 아폴로 임무의 월면차 흔적도 여전히 달 표면에 남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충돌이나 흔적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미국은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뒤 임무를 마친 새턴5 로켓의 상단부를 일부러 달에 떨어뜨렸다. 우주비행사들은 미리 달에 설치해 놓은 지진계를 바탕으로 이때 발생한 충격파를 측정했다. 거대한 로켓을 하나의 ‘인공 지진 발생기’로 활용한 셈. 이때 지진파가 달 내부를 어떻게 지나가는지 분석하고 내부구조를 연구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구멍도 있다. 러시아의 루나 25호가 대표적이다. 2023년 달 남극 착륙을 노렸던 루나 25호는 궤도 조정에 실패해 달 표면에 추락했다. NASA가 전후 달 정찰궤도선 촬영 사진을 비교한 결과 예상 추락 지점 인근에서 이전에는 없던 지름 약 10m의 충돌구가 발견됐다. 예정 착륙지보다 약 400㎞ 못 미친 지점이었다. 탐사 실패의 흔적이 달 표면에 그대로 새겨진 셈이다.
이처럼 달에 충돌시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과학 실험이다. 충돌로 발생한 지진파를 이용해 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둘째는 자원 탐사다. 땅속 물질을 강제로 밖으로 튀겨내면 직접 착륙해 굴착하지 않고도 물과 광물의 존재를 분석할 수 있다. 셋째는 임무 종료다. 연료를 다 쓴 탐사선이나 로켓을 궤도에 무기한 남겨두는 대신, 충돌지점을 계산해 달에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궤도를 떠돌다 다른 인공위성과 충돌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쌓인 우주 잔해는 언젠가 인류가 치워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우주·천문분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우주시대가 시작된 이후 달 표면에는 탐사선과 로켓 잔해 등을 포함해 약 3000개의 인공 물체가 흩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져가 의도적으로 남겨두거나 달에 충돌한 물질의 무게만 약 2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NASA 달 과학자 캐시 영의 발언을 인용해 "스페이스X의 이번 충돌이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라며 "과학자들은 이를 달 표면이 충돌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달 주변은 훨씬 더 붐비게 될 것"이라며 "그때는 로켓이 달 표면에 충돌해 수백 마일에 걸쳐 막대한 먼지를 일으키는 상황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