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잡혔지만 현금은 아직…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 반년 새 1.2조 늘어

입력 2026-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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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4.5조 ‘최대’…해외 플랜트·인프라 현장서 증가
SK에코플랜트 73.2%↑…용인·청주 반도체 공사가 주도
장기 누적 땐 현금흐름 부담…청구·정산 관리 관건

국내 주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해 매출로 잡았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13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플랜트·인프라와 반도체 등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미청구공사 자체가 곧바로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누적될 경우 현금흐름 악화와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잠재적 위험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9개사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미청구공사는 13조143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조9643억원보다 9.9%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 그룹 실적에 포함돼 별도 집계에서 제외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수행해 매출은 인식했지만 계약에서 정한 기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다. 미청구공사가 장기간 쌓이면 매출과 현금 유입 사이의 간극이 커져 운전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손상차손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장 큰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본사가 수행하는 해외 인프라 공사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금액이 동시에 늘었다. 지난해 말 3조937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4823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하는 사우디 아미랄 에틸렌 생산시설 PKG1의 미청구공사는 1243억원에서 3860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공사 진행률 80% 수준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도 2386억원에서 3452억원으로 1066억원 늘었다. 두 해외 현장에서 증가한 금액만 3683억원이다.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는 1조7236억원에서 1조9452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공사 미청구공사가 3250억원으로 가장 컸다.

SK에코플랜트는 증가액과 증가율이 모두 가장 높았다.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말 817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4156억원으로 73.2% 늘었다.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SK하이닉스가 발주한 용인·청주 반도체 공사를 비롯한 하이테크 사업이다. 하이테크 부문 미청구공사는 1869억원에서 6866억원으로 4998억원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 전체 증가액의 83.5%에 해당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Ph-1 IBL FAB 공사에서 4205억원이 발생했고 청주 P&T7 신축 프로젝트와 용인 클러스터 1기 Ph-4 IBL FAB 공사에서도 각각 748억원, 591억원이 잡혔다. 이들 3개 현장의 미청구공사는 총 5544억원으로 하이테크 부문 전체의 80.7%를 차지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용인 클러스터 등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공사 물량과 미청구공사가 함께 늘었다”며 “대부분 우량 발주처를 대상으로 한 공사로 향후 공정과 계약 조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청구·회수될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말보다 19.5%, DL이앤씨는 38.3% 증가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66% 늘었다.

반면 롯데건설은 1조942억원에서 7720억원으로 29.4% 감소했다. GS건설은 9213억원에서 4474억원으로 51.4%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포스코이앤씨도 1조6346억원에서 1조5740억원으로 3.7% 감소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미청구공사는 대형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하면 자연스럽게 늘 수 있어 증가 자체를 부실 신호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매출 규모보다 빠르게 늘거나 준공이 가까워진 뒤에도 장기간 해소되지 않으면 현금흐름 부담이 커지고 회수 여부에 따라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별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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