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 수입 공개 급감…‘광물 마피아’ 의혹
반군 시절 자금조달 방식 집권 후 제도화
8세 아동까지 광산 투입…주민 강제이주도
재건 자산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자원의 저주’

15일 미국 안보 전문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에 따르면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 이후 아프간 전역의 광물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아프간의 광물자원 가치가 1조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추산한다. 전국 34개 주에서 확인된 광상만 1400곳 이상이다. 아연과 납, 구리뿐 아니라 리튬·희토류·코발트·안티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이 대거 매장돼 있다.
탈레반은 광산 통제권을 빠르게 중앙집권화했다. 6월 말에는 북동부 바다흐샨주에 특수부대원 약 1000명을 투입해 현지 광산에 대한 중앙 지도부의 통제를 강화했다. 금광 등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는 광산 이권을 둘러싼 갈등과 주민 강제이주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광산 개발도 빠르게 확대됐다. 탈레반은 집권 이후 150개 이상의 기업에 최소 205건의 광산 개발 계약을 내줬다. 2023년 9월에는 총 65억달러 이상의 신규 광산 계약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에는 중국·카타르·튀르키예·이란·영국 등으로부터 7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광물 개발로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탈레반은 반군 시절 광산업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광물 운송로를 장악하거나 거래상에게 수수료를 받아 자금을 조달했다. 집권 이후에는 광산 허가권과 세금·로열티 징수 권한을 장악하면서 과거의 자금조달 방식이 국가 제도 안으로 흡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엔 제재 대상인 헤다야툴라 바드리가 2024년 7월 광업석유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광업 수입에 대한 공개가 급격히 줄었다. 공식 통계상 2024년 공개된 광업 수입의 95% 이상이 첫 7개월에 집중됐으며 이후 5개월 동안 공개된 수입은 약 100만달러에 불과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같은 해 6월 국제 채굴산업투명성기구(EITI)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것도 광업 분야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광업 수입이 국고로 투명하게 들어가기 전 탈레반 지도부와 연계된 인사들에게 흘러간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지에서는 탈레반 내부의 이른바 ‘광물 마피아’가 광부와 운송업자, 수출업체, 지역 상인으로부터 세금과 로열티, 허가 수수료 등을 거둔다는 증언이 나왔다. 계약과 광산 접근권 역시 탈레반 지도부나 충성 세력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탈레반의 ‘속도전식 개발’은 사회·환경 문제도 키우고 있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부족한 수자원이 대량 소비되는 데다 일부 광산에서는 8세 어린이까지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노동에 투입된 사례가 확인됐다. 바다흐샨과 타하르 등 북부 지역에서는 탈레반과 연계된 세력이 금광 개발을 확대하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광산 이권을 둘러싼 충돌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결국 광산은 탈레반에 단순한 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광물자원을 장악함으로써 재정수입 확보와 정치적 통제, 충성세력에 대한 이권 배분을 동시에 수행하는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광물자원은 제대로 개발될 경우 장기간 침체된 경제를 재건할 핵심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불투명한 개발이 지속되면 1조달러 규모의 ‘자원 축복’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기는커녕 경제적 취약성과 권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자원의 저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