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미용의료기기 사용 갈등 확산…클래시스·솔타 “한의원 공급 안 한다”

입력 2026-08-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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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1987년부터 레이저 사용 인정” vs 의사단체 “저출력 레이저침 확대해석 안돼”

(사진제공=클래시스)
(사진제공=클래시스)

한의사의 미용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의료기기업계로 번지고 있다. 한의계가 레이저·고주파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주요 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은 한의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1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의원과 치과를 대상으로 자사 의료기기와 소모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중고·리퍼비시 제품도 포함된다. 한의원과 치과에서 사용되는 자사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사후관리(A/S)도 제공하지 않는다.

고주파(RF) 의료기기 ‘써마지’를 공급하는 솔타메디칼코리아도 써마지와 관련 소모품을 의사의 시술 목적으로만 공급하며 의료기관 형태와 관계없이 치과 및 한방 진료·시술용으로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이 잇따라 한의원 공급을 제한하면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둘러싼 직역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부미용·치료에 활용되는 레이저와 고주파 의료기기까지 한의사의 면허 범위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레이저 의료기기 사용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한의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설명자료를 통해 1987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한방진료수가기준상 침술료를 재래침뿐만 아니라 레이저침과 전자침에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1994년에는 레이저침술이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신설됐다.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 이미 활용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도 강조한다. 2000년대 이후 한의과대학에서 레이저 치료가 침구학과 한방피부과 등의 교육과정에 포함됐고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 범위와 보수교육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수사기관에서 잇따라 나온 불송치·무혐의 처분도 근거로 들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9년 대구지방검찰청을 비롯해 2025년 서울관악경찰서·서울동대문경찰서, 올해 부산해운대경찰서·수원영통경찰서 등에서 한의사의 레이저 또는 고주파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불송치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레이저 의료기기 사용은 오랜 기간 축적된 행정해석과 건강보험 제도, 법원 판례 및 수사기관 판단을 통해 지속해서 인정받아 온 한의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의사단체는 과거 행정해석에서 인정한 것은 경혈을 자극하는 저출력 레이저침일뿐이며 이를 피부 조직에 직접 작용하는 미용·치료 목적의 의료기기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1987년 행정해석과 1994년 건강보험 급여 신설이 저출력 레이저침에 한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이산화탄소(CO2) 레이저나 프락셀 등 피부 조직의 절개·파괴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레이저까지 허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최근 저출력 레이저침과 고출력 레이저, 고주파, 집속초음파 등을 이용한 치료·미용 시술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불송치나 무혐의 결정도 개별 사건의 형사처벌 여부에 관한 판단일 뿐 한의사에게 미용의료기기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의사단체들은 2014년 대법원의 한의사 IPL 피부치료 사건도 근거로 제시한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기기의 개발·제작 원리와 실제 사용 목적 및 방법, 관련 교육과정, 서양의학적 전문지식의 필요성,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양측의 공방은 의료기기 판매 문제로도 확대됐다. 한의사협회는 일부 미용의료기기업체가 한의원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의사협회는 2016년 의사단체들이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 등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가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례도 꺼내 들었다. 당시 공정위는 관련 의사단체들에 총 11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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