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구적 하층계급’ 만드나…노동시장 양극화 경고

입력 2026-08-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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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CEO “5년 내 초급 사무직 절반 타격”
AI 성과, 자본·고숙련 인력에 집중 가능성
저숙련 노동자는 일자리·임금·교육 기회까지 위축
FT “사회안전망 강화하고 생산성 이익 분배 재설계해야”

▲(사진=챗GPT AI 이미지 생성)
▲(사진=챗GPT AI 이미지 생성)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노동시장을 소수의 고숙련 인력과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로 양분해 ‘영구적 하층계급’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AI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AI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부와 소득을 소수에게 집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발표한 글에서 향후 5년 안에 초급 사무직의 50%가 AI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AI 모델이 인간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범용지능에 가까워지면 AI 플랫폼과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를 보유한 소수 기술 엘리트가 경제적 성과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 에이전트와 첨단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광범위하게 대신할 경우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대다수는 노동력을 팔아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현재 노동시장 통계에서는 AI가 대규모 고용 충격을 일으켰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이 같은 전망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자동화가 근로자의 전문성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터와 닐 톰슨은 자동화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면 근로자의 생산성과 임금을 높일 수 있지만 전문 업무까지 대체할 경우 기존 근로자의 숙련도를 떨어뜨리고 임금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앤스로픽의 최근 연구에서도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를 사용할 때 전문성이 높은 이용자가 더 큰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모든 근로자의 역량을 고르게 높이기보다 이미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혁신의 경제적 성과가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000년대 초 출원된 특허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발명이 창출한 부가가치 1달러 가운데 근로자에게 돌아간 몫은 30센트에 그쳤고 나머지 70센트는 기업 이익으로 귀속됐다. 근로자 몫에서도 추가 보상의 대부분은 이미 임금이 높은 고숙련 직원이 차지했다.

AI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저숙련 노동시장으로 몰리면 임금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데이터 수집·분류처럼 AI 확산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지만 고용 규모와 임금 수준은 아직 불확실하다.

세대 간 격차의 고착화도 문제로 지목됐다. 저소득 근로자는 교육과 직업훈련에 투자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부모의 임금 감소가 자녀의 능력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AI가 초래한 생산성 격차가 교육 투자 감소와 계층 이동성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될 가능성이다.

AI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비를 낮춰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AI가 소프트웨어 공급은 크게 늘릴 수 있어도 주택과 같은 필수재의 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는 어렵다.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불균등하게 분배되면 임금이 낮아진 근로자에게 필수재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FT는 “‘영구적 하층계급’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AI가 일부 계층의 부를 늘리는 동안 다른 계층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릴 위험에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AI가 창출한 생산성 이익을 사회 전체에 분배할 새로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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