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도 흔들린 증시⋯30년된 안전장치의 경고 [올해 77번 멈춘 증시, 녹슨 비상벨①]

입력 2026-08-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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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77차례 발동했지만 증시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됐다.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8거래일 동안 사이드카가 울렸고 두 지수의 하루 평균 등락폭은 올해 평균의 두 배 안팎으로 커졌다.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5분간 멈추는 사이드카가 시장 충격을 줄이는 제동장치보다 급등락을 알리는 비상벨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50분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31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로는 18번째다. 코스닥150 선물이 6.05%, 코스닥150 지수가 6.25% 오른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그러나 급등세는 꺾이지 않았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97% 오른 854.47로 상승 마감했다.

전날 발동으로 올해 사이드카는 코스피 시장 46회, 코스닥 시장 31회 등 합산 77회로 늘었다. 매수 사이드카가 40회, 매도 사이드카가 37회다. 올해 증시가 열린 148거래일을 기준으로 시장별 합산 이틀에 한 번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양 시장 합계 45회보다 32회 많다.

발동 횟수와 달리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7월28일부터 전날까지 10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5회, 코스닥 시장에서 6회 등 모두 11회 발동했다. 사이드카가 발동하지 않은 날은 7월30일과 8월7일뿐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7월28일 10.84%, 29일 5.98% 연속 하락한 뒤 31일 17.91% 폭등했다. 이후에도 8월3일 5.12% 하락, 5일 3.76% 상승, 6일 4.58% 하락을 반복했다. 코스닥 지수도 7월28~29일 이틀간 13% 넘게 떨어진 뒤 31일 11.63% 급등했다. 이달 4일 5.88% 오른 데 이어 전날 다시 6%대 상승했다.

시장 불안도 가라앉지 않았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올해 첫 거래일 30.60에서 이날 70.33으로 129.8% 올랐다. 5월27일부터 전날까지 52거래일 연속 70을 웃돌았고 최근 10거래일 평균도 80.62에 달했다.

시장 전체 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올해 코스피 시장 9회, 코스닥 시장 4회 등 시장별로 13회 발동했다. 양 시장 모두 역대 연간 최다이며 4차례는 동시에 작동했다.

사이드카의 목적이 지수 방향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충격의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발동 뒤 이어진 급등락은 뚜렷했다. 프로그램매매 호가가 정지된 5분 동안에도 일반 주문은 계속되고 효력 정지가 끝나면 프로그램 주문도 다시 유입된다. 이미 수급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는 충격을 흡수하기보다 주문 집행을 잠시 늦추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사이드카의 발동 기준은 1996년 코스피 시장에 처음 도입돼 2001년 변경된 이후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개별 종목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가격제한장치(LULD)를 운영하고 영국과 일본도 개별 종목의 유동성과 가격 움직임을 반영한 변동성 완화 장치를 활용한다. 시장 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선물지수 움직임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국내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발동 전후 지수 변동폭과 선물·현물 간 가격 괴리, 주문 불균형이 실제로 줄었는지를 기준으로 효과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 상황에 맞춰 발동 기준과 정지 시간을 다듬고 개별 종목 변동성완화장치(VI),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의 역할과 연계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서는 VI가 충격을 완충하고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연쇄 충격을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의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고려하면 안정화 장치는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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